콘돌리자 라이스
안토니아 펠릭스 지음, 오영숙 외 옮김 / 일송북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종 기대와는 달리 아무런 감동이 없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어느 정도의 예상과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기는데, 가도가도 빛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터널 속처럼, 그저 삭막하고 답답하다.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당차보이는 흑인여성 자체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가슴을 누르는 바윗덩어리만 생긴 것 같다.

그녀는 백인남성이 지배권을 휘두르는 사회에서 성공한 전형이다. 그것도 강대국의 권력권 중심에서 명품 구두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말이다. 그녀의 성공에 대한 집착은 그 뿌리를 타고 거슬러가자면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녀는 든든한 부모 덕택에 인종차별정책에도 희생되지 않고 아주 '영특하게' 세상을 산 것 같다. 이 책으로 보면 그녀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개인의 성공담으로만 보면 점수를 주어야할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없고 '힘의 논리'만 강하게 믿는 머리만 있는 사람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힘의 논리. 그렇다. 힘의 논리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그 핵심에서 안보보좌관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발휘하고 있는 그녀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인간적인 고뇌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그런 것이 없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이 전기작가는 그런 것에는 아예 눈도 주지 않는 식이다.
오히려 그런대로 잘 닦여져있는 길을 훨훨 날 듯이 달려온 한 흑인여성의 자랑거리들만 지루하게 늘어놓고 있다. 주위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코멘트는 하나같이 극찬에 가깝다. 이 책은 철저히 미국인의 시각에서 쓴, 너무 이르다싶은 전기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시각에 그저 박수치며 맞다고 할 수 없는 마음들이다. 구성 또한 엉성하다. 그러다 마지막 장에서는 힘의 논리를 더욱 강하게 믿고 휘두를 앞으로의 콘디를 기대한다는 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