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프랑켄 - 작은책방 열린 문고 5
곤도우 마사노리 기획,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글 그림, 김소운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소제목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책표지의 빨강, 파랑, 녹색, 노랑 같은 원색과 단순한 선이 마치 나이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책장을 몇장 넘기면 울퉁불퉁하게 생긴 프랑켄은 어린이집 비행기반의 못생긴(?) 남자 선생님이란 걸 알게 된다. 별명으로 서로 부르는 어린이집의 아이들과 프랑켄을 닮은 얼굴을 한 곤 선생님과의 직접적인 대화 속에 철없이 일렁이는 마음을 꼬옥 눌러주는 바윗덩어리 같은 것이 있다. 책 속의 그림은 시종일관 노랑과 검정의 대비로 내용의 명확성을 잘 전달해 주는 효과를 주고 있다.

주인공 사마귀는 뇌성마비 선생님의 병이 옮는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실제 이 책을 기획한 선생님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의 편견에 조기 면역주사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어느 날, 프랑켄과 사마귀는 책방에서 보리차를 한 잔씩 나누며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혈액이 머리에 돌지 않아 뇌에 병이 생겼고, 그것이 낫고 나서도 머리에 상처는 남아있고 그 '후유증'으로 손발이 이상하게 논다고, 프랑켄은 자신의 있는 힘껏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쓰려고 노력하며 설명한다. 사마귀가 '후유증'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방법도, 엄마의 경우를 떠올리며, 그런대로 수월하다.

'손이 잘 안 움직여서 슬펐던 적 있었어?'
'글쎄, 아마도 엄마가 무척 슬퍼하섰겠지. 그래도 엄마, 아빠는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무척 기대하셨을 테니까.'

사마귀의 순진하고 티없는 물음에 프랑켄은 자신의 엄마를 생각한다. 아이는 이제 비행기반의 이상한 선생님 프랑켄도 '어머니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저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아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리곤 갑작스레 프랑켄이 가깝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워한다. 그만큼 자기랑은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아이는 어쩌면 평생을 가지고 갈 편견과 몰이해의 예방주사를 그렇게 맞게 된다.

이미 편견의 벽이 높은 우리네를 생각하며, 우리의 교육에도 바란다.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고 그대로 흡수하는 시기인 어린 나이 때부터 편견과 오해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환경을 만드는 건 말뿐인가. 프랑켄의 어머니 머리 위로 날아가는 두 마리 하얀새의 작은 날개짓이 나에게 의미없는 편견 따윈 날려버리라고 따끔하게 말하고 있다. 나의 아이들이 소중하듯 다른 생명도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새삼 일깨워 주는 울퉁불퉁 그림책이다. 추석이면 시댁의 형제중 프랑켄처럼 머리의 상처로 후유증이 심한 '아가씨'를 만날 것이다. 다른 때보다 더 밝게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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