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문세설 -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
고종석 지음 / 열림원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라는 부제에 끌려 책을 폈다. 우리의 생각에 틀도 주고 자유도 주는 우리말을, 저자는 오래도록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저자 자신도 어디로 발길이 향할지 모르는 그 어슬렁거림의 흔적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정리 기록한 것이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목차는 마치 우리말 사전 식이다. 국어학 적인 지식들이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사유의 날개에 잘 실려있다. 철학적인 부분도 있고 통속적인 부분도 있다. 다소 엎치라뒤치락하지만, 저자는 아마도 감옥에 갇히기에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인 것 같다. 기억을 더듬는 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일정하지 않다. 김수영의 시를 떠올리기도 하고 고려속요를 떠올리기도 하고 첫사랑 여학생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가 곱고 낭랑한 우리말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 반가웠다. 니은이나 리을 같은 자음을 사유하며 건져올린 우리 흉내말들이 마알간 아기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날마다 쓰고 말하는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와 잘못된 표현들에 너무 너그러운 점도 꼬집고 있다. 또 옛말 사전을 뒤져 찾은 듯한 우리말과 북한말에 남아있는 우리말 사랑 흔적을 밟는 것도 재미있다.

주관적 내용, 객관적 내용, 다시 주관적 내용에 이어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좀더 총제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우리말 한 자 한 자를 정리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일정한 규칙이 뒤로 갈수록 다소 지리한 느낌을 준다. 그런 틀을 만들지 말았으면 오히려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원래 어슬렁거림에는 계획이 없는 것이니, 이렇게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주지않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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