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린은 내친구 반쪽이 시리즈 6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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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로 더 잘 알려진 최정현 아저씨는 하나밖에 없는 딸 하예린과 친구처럼 지낸다. <반쪽이네 딸 학교에 가다>에 초등학생 하예린으로 등장한 아이가 이젠 중학생이 되었다 한다. 키도 벌써 아빠를 앞지르고 있다.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일에 파묻혀 바쁘게 사는 엄마를 대신하여, 아니 소위 안팎의 일을 바꾸어 하고 사는 이 집의 시끌벅적 이야기는 봐도 봐도 유쾌하다.

닥치면 짜증거리일 것 같은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반쪽이 아저씨의 손을 빌면, 킥킥킥... 하하하... 배잡고 웃다가, 컥...목에 걸리는 것이 있다. 권위만 내세우려는 어른들의 태도, 여성비하, 우리의 교육환경 같은 것도 슬쩍슬쩍 꼬집고 넘어간다. 특히 <하예린은 내 친구>에서는 파리와 로마를 아빠와 딸이 함께 여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꾸며 섞어놓았다. 다른 만화에서와 같이 재치있는 건 물론이고, 하예린의 입을 통해 듣는 프랑스 역사와 아빠의 입을 통해 듣는 날카로운 역사의식도 읽을 수 있다.

반쪽이와 하예린은 느긋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천하에 단짝이다. 어쩜 그렇게 박자도 잘 맞고, 아니 이제는 하예린이 한술 더 뜬다. 그동안 특별한 아빠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고 자랐으니 당연하겠다. 늘상 방안을 돌아다니는 마우스를 불평하는 하예린에게 반쪽이는 '쥐니까 당연히 돌아다니지' 한다. 하예린 왈, '그러면 쥐덫을 만들어줘.' 그래서 뚝딱뚝딱 반쪽이 아빠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우스걸이(쥐덫)를 만들어 준다.

반쪽이의 DIY 솜씨는 이미 다 알려졌다.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크지 않은 집안 구석구석에 숨은 장치를 해 두었다. 베란다에 만든 긴긴 신발장은 평소에는 그렇게 긴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학교엔 왜 목공연습실이 없지?'하며 축 처진 어깨로 걷는 반쪽이 모습을 보고 유럽의 대안학교 발도르프가 떠올랐다. 이곳은 남다른 교과과정을 펼치는 학교인데, 그중에서도 한가지, 아이들 모두에게 손수 나무를 깎아 목공예를 체험하게 하는 과목이 퍽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남녀학생들 모두에게 은근히 배어있는 성차별의식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선생님의 딱딱한 권위도 상쾌하게 무너뜨리는 만화도 있다. 물론 실생활에서 소재를 구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기쁘다. 하예린이 왕따 당하는 친구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만화는 찡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해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 있는 담임선생님 이야기는 반쪽이 아저씨만큼 내 입가에도 미소를 짓게 한다.

마지막 장의 만화 '심청전'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대에 맞게 바뀌어있다. 특별한 아빠 덕분에 자유롭고 밝고 착하게 자란 하예린은, 이 만화의 심청이처럼 문제해결의 창의성을 가지고 아빠를 돕는 씩씩한 우리의 딸이 될 것 같다. 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여한 엄마 아빠를 이어 훗날 평등부부상을 받는 우리의 딸이 되지 않을까? 반쪽이와 그 친구 하예린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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