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음악회 신나는 음악 그림책 2
안드레아 호이어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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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음악공연을 자주 가는 편이다. 아직 오페라는 보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합창단이나 뮤지컬, 관현악단 연주회는 기회가 있으면 간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런 것들로 아이들의 삶이 좀더 풍요롭고, 아름답고 안정된 정서의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11살, 6살 두 딸아이는 관현악단의 연주가 시작되면 평소에는 볼 기회가 적은 악기들을 뚫어져라 보며 연주자들의 손동작까지 살핀다. 큰아이는 제법 자신의 귀로 음악을 감상하며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얼마 전 갔었던 시립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에서 작은 아이는 하프의 모습에 매료된 듯했다. 콘트라베이스의 중후한 현의 소리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플룻을 배우고 있는 큰아이는 금빛 플룻만으로 훌륭한 소리를 뽑아내는 한 플룻티스트의 협주곡이 끝나자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난 눈을 감고 연주를 듣기를 좋아한다. 시각을 닫으면 청각이 한층 예민해진다. 내 주위로 조화로운 소리의 병풍이 둘러쳐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피아노 배우기를 너무 즐거워하는 작은 아이는 앞으로 바이얼린을 하고 싶다고 틈만 나면 조른다. 이런 아이들에게 신나는 음악 그림책 시리즈 3권은 참 적절한 선물이다.

1권 <나와 오페라 극장> -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아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가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관람하고 무대 뒤의 구석구석을 돌며 한 편의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어떤 준비와 과정을 거치는지 상세하게 보게 된다. 마치 마술사의 손처럼 연출되는 무대배경과 의상, 무대감독과 무용수들이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도 본다. 무대에 선 배우가 대사나 동작을 잊어버렸을 때, 작은 소리로 알려주는 일을 하는 '프롬프터'는 무대 위의 이상한 상자 속에 들어가 숨은 역할을 한다.

2권 <나와 음악회> - 관현악단의 첼리스트인 삼촌을 따라 아이는 관현악단의 멋진 연주를 듣고 115명의 단원들이 제 몸처럼 소중히 여기는 악기들을 만난다. 소리가 제일 정확한 오보에가 '도' 소리를 내면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그 음에 맞춰 소리를 조절한다는 것 같은 자상한 설명도 듣고, 타악기의 소리에서 나름대로 상상력을 불러내어보기도 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연습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웅장한 관현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는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그렇게 고양된 감정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은은하게 비추는 그믐달과 총총이 박힌 별들 같다.

3권 <나와 음악학교>는 생일을 맞은 파울에게 멋진 생일선물을 하는 할머니의 편지로 시작한다. 늘 배우고 싶어했던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진짜 멋진 할머니. 먼저 음악학교를 찾아간 파울은 자상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여러가지 종류의 악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는다. 리코더만 해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커다란 베이스 리코더에서 아주 작은 클라이네 소프라니노 리코더까지. 실제로 바로크음악정기연주회에서 리코더 독주를 들은 적이 있다. 맑은 새소리가 비가 개이고 이슬을 머금은 나무 이파리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듯 했다. 목가적인 편안한 느낌이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펼치는 정기공연까지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온 파울은 달콤한 잠에 빠진다. 많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관현악단 한 가운데서 연주를 하는 꿈을 꾸며 파울은 앞으로 어떤 악기를 배울지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일까?

세권 모두 아이에게 음악을 가까이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내비친다. 주먹코에 주근깨 투성이 얼굴의 아이들과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어른들의 얼굴을 포함해 그림 전체가 자상하고 따뜻하다. 몇 차례 감상했던 국악 관현악단의 연주가 생각난다. 서양음악 못지 않게 그 아름다움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악기의 애끓는 소리와 운치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색다른 힘이 있다. 서양음악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 음악 그림책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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