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후 10년 넘게 살아온 아파트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가 되는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한 보름 쯤으로 날짜가 다가오니, 괜히 마음만 분주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이번 이사가 나에게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엇갈린 심정이다. 전같지 않게 우유부단하고 복잡미묘한 촉수들이 얽혀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인 것 같은 요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라니, 바로 난데... 이 책이 꽤나 반가웠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못 버리고 사는 '나'란 사람의 심중이 나도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리 좁지않은 집안이 좁게 느껴지고 답답한 짐들로 마음마저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이 구석 저 구석 쌓여가는 책들, 정리를 해도 금세 흩어지는 옷가지들, 재활용품들... 신혼 때 첫 월급으로 남편이 사준 잠옷을 버리자니 그 마음이 아까워 입지도 않으면서 서랍 한 켠에 아직도 넣어두는 나. 냉동실 문을 열면 내용물이 뭔지도 모를, 꽁꽁 언 음식물들. 아이들이 내게 준 생일카드, 유효기간이 지난 영수증들, 서류들... 지금 우리 집의 거의 반 정도는 버리고 가야할 것들이다.

분명 있었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진짜 이유가 내 안에 있었다. 이 책은 정신적 잡동사니와 물리적 잡동사니에 대한 현실적인 주장이다. 잡동사니 청소라는 논리로 소위 '무소유'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 끊임없이 의미를 달며 버리지 못하는 행동은, 버리면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준다는 생의 강력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내게 있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의미를 다한 물건을 다른 곳으로 보냄으로써 나를 포함한 세상의 에너지를 제대로 돌리는 것이다.

사실 더한 비밀은 정신적 잡동사니에 있었다. 과거에 집착하며, 누가 한 거슬렸던 말과 행동, 후회되는 나의 언행, 화나는 것들, 이 모든 것을 아직도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은...) 무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의 잡동사니를 다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과거에 집착하게 하는 잡동사니들은 나와 세상(모든 인간관계와 물건과의 관계)간에 흐르는 에너지를 정체시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몸과 정신의 잡동사니(비판, 불만, 험담, 모든 두러움)를 처치하기 위한 첫단계는 집안의(혹은 직장의) 잡동사니부터 자연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버리는 것이란다. 엉뚱한 비약이라고 치부하기엔 부정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내 마음을 알고 나니, 신나고 명쾌하다. 나도 신혼시절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기억이 있는 장농을 비롯해 거의 다 버리고 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로 나를 기쁘게 채울 것이다.

동양의 풍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내용이 미약하니, 이 책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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