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차 웅진 세계그림책 7
다이앤 딜론, 레오 딜론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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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글이 먼저인지, 그림이 먼저인지 혹은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동시에 탄생시킨 것인지, 다른 사람이 작업한 것인지에 따라, 그림책이 던지는 의미의 해석이 달리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기차>는 간결하고 시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이 먼저이고, 52년 후 그것이 재해석되어 멋진 그림으로 탄생한 것이란 걸 이해해야 한다. 원제가 <Two Little Trains>라는 걸 알면, 딜론 부부의 그림이 다소 글과 맞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림 속 실제의 큰 기차도 작은 기차라고 표현하고 있다. 딜론 부부가 마거릿의 글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단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도로, 진짜 작은 장난감 기차를 등장시켜 실제의 큰 기차와 대비를 이룬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분리하여 두 종류의 파노라마를 나름대로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다.

마거릿이 말하는 두개의 작은 기차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대표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다 맞으면서도 '우리가 달려야 할 기다란 철길'을 '툴툴거리지도 않고, 끽끽거리지도 않고' 쉼없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마거릿은 조금은 어려운 말을 아이들에게 던지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길은 고단한 길을 갈 만한 것으로 만드는 동반자의 길이다. 인생의 서쪽은 막다른 길, 죽음이 기다리는 곳이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서쪽은 죽은 자들의 땅이라 여겼다. 인생의 끝에서 열심히 달려온 기찻길을 뒤로하고 드넓은 저 세상의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작은 기차. 어느덧 작은 기차는 큰 기차가 되어있지만, 신의 눈에는 여전히 작은 기차가 아닐까? '날씬한 새 기차'와 '조그만 옛날 기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한 딜론 부부의 그림은 묵직한 주제에 걸맞는 톤을 취한다. 진지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차분한 색조는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아이들 책이면 무조건 밝아야 한다는 건, 아이들의 다양한 감성과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아이들은 충분히 철학적이고 도덕심도 강하다. 아이들의 잠재된 무의식은 그림을 직관으로 파악하는 능력에서 바로 증명된다. <작은 기차>의 그림은 아이가 잠 속에서 달리는 기차처럼 아련하고 몽롱하다. 특히 날씬하고 긴 현대식 기차가 달리고 있는 풍경들(도시의 고층건물, 나무, 터널, 흑인아저씨의 노래부르는 입이 담겨있는 달, 목판화같은 산들이 이루는 협곡)은 마치 그림자 같다. 풍경은 미국의 동부에서 서부까지, 대륙을 관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구아로를 비롯한 갖가지 선인장은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한 생존과 개척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은 기차>는 깊이있는 주제는 접어두고라도, 또 하나의 장점이 보인다.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든, 무엇으로든, 놀이를 만들어내고 즐긴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퐁퐁 솟는 샘물처럼 마르지않는 것 같다. 항상 눈동자를 굴리며 놀이감을 찾아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생기가 넘친다. 먹이를 찾고 나르는 개미들마냥 분주하다. 두개의 크고 작은 여행가방과 플랫폼을 보며, 어른과 함께 한 긴긴 기차여행에서 집에 돌아와, 선물로 받은 장난감 기차를 얼른 꺼내 자신이 거쳐온 여행길을 기억해내며 기차여행놀이를 하는 아이가 떠올랐다. 하루를 또 신명나게 놀며 보낸 아이는 이제 곤하게 달콤한 잠을 자고 있다. 더 놀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며, 꿈 속에서 또한번 기차여행놀이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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