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7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 보림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인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그림책을 볼 때면, 간혹 우중충한 기분이나 흐린 유리창 같은 마음이 싹 가신다. 그것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베풀어주는 밝고 생기발랄한 분위기 때문이다. 누구든, 어린이나 어른이나, 두가지 색채의 마음의 집을 지니고 산다면, 브라이언의 그림책은 채도와 명도가 높은 쪽 마음의 집을 환히 비추어 준다.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드는 브라이언의 그림을 느끼면, 그것 자체로도 밝은 기운을 마신 것 처럼 활력이 되곤 한다. 현란함 속에 질서가 있는, 색의 마술에라도 걸린 것 같다.

<다람쥐>는 작가가 아이들을 둘러 앉혀놓고 조곤조곤 다람쥐란 어떤 동물인가를 쉽게 가르쳐주는 형식이다. 다람쥐의 생김새부터 '귀여운 장난꾸러기'로 표현해 우선 아이들의 친구처럼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다가간다. 다람쥐의 털이 겨울이면 어떻게 포근한 털장갑과 자그마한 양말이 되는지를, 신비로운 눈꽃송이(눈 결정체)를 배경으로 다람쥐의 길고 숱이 많은 털이 대비되어 도드라진다.

다람쥐가 사는 곳, 꼬리와 발톱에 숨어있는 비밀스런 능력, 새끼를 낳아 49일동안 젖을 먹여 기르는 점, 다람쥐의 먹이도 나온다. 다람쥐는 앙큼하게도 새알을 훔쳐먹기도 한단다. 아이는 이 대목에서 '그러면 도둑인데...' 라며 미간에 작은 주름을 만든다. 다람쥐가 겨울을 준비해야 되는 늦가을의 바쁜 정경은, 꿈틀꿈틀한 고목의 둥치를 배경으로 아주 여러 마리의 다람쥐들이 여기저기서 잘 보여준다. 귀여운 다람쥐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는 것까지, 다람쥐에 대해 다(?) 알아버린 아이는 뿌듯하다.

<다람쥐>의 속표지에는 큰 나무둥치를 졸졸졸 열을 지어 내려오는 여섯 마리의 다람쥐가 있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그 중 다섯 마리는 왼쪽에 나란히 앉아 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오른쪽에서 뭔가 하는 눈치다. 여섯 살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 다람쥐는 저 혼자 그쪽에 먹이가 있나 싶어 가 있는 것이란다. 음, 그런가 보네. 그림책을 아이와 같이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꾸 질문을 던져 아이 나름의 대답을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책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아이는 생각이 여물어진다.

책의 앞뒤 표지에 꼭같이 그려져있는 그림에는, 화려한 원색의 물감을 둥근 붓에 묻혀 콕콕 찍어 놓은 듯한 귀여운 무늬가 다람쥐의 또롱한 눈망울과 닮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면, 나무의 줄기는 물감을 듬뿍 묻혀 입으로 세게 불어놓았다. 참 특이한 효과다. 아이는 작은 입을 한껏 오므리고 양볼에 바람을 잔뜩 넣어 '후-'하고 부는 시늉을 한다. 아기 다람쥐의 방은 정말 아기방답게 아기자기한 갖가지 꽃과 나비의 문양이 수놓고 있다. 다람쥐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나무둥치는 무지개빛을 하고 있기도 하다. 긴 털의 꼬리로 온몸을 폭신하게 감싸고 잠든 다람쥐의 모습이 너무나 평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