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밑의 꼬마 개미
데비 틸리 그림, 필립 후스, 한나 후스 글, 이연수 옮김 / 문공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주말에 도산서원을 찾았다. 들어가는 길에, 저 아래 쪽으로 힘차게 흐르는 낙동강 물소리가 서늘했다. 아담한 길을 걸어들어가는데 발 밑에서 우왕좌왕하는 까만 개미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여섯 살 작은 아이가 얼른 ''엄마 개미는 밟으면 안 돼.'했다. '엄마도 피해가려고 했어. 그런데 왜 밟으면 안 될까?' 나는 얼마 전 함께 읽은 그림책 <신발 밑의 꼬마 개미>를 떠올리며 모른 척 물었다. '아빠 개미가 죽으면 아기 개미들이 슬퍼.' 또롱또롱한 목소리로 아이가 말했다. '그래, 우리 발 밑을 잘 보고 천천히 걸어가자.'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신발 빝의 꼬마 개미>는 참 지혜롭고 인자하다. 자연보호가인 아빠와 노래를 잘 부르는 딸이 함께 불렀다는 노랫말을 그림책으로 엮은 이 그림책은 마지막 장의 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이와 개미가 나누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두 명의 주인공이 하는 연극의 극본 대사 같아, 아이와 함께 역할극을 하듯 읽으면 훨씬 재미있다. 속표지에는 앞뒤로, 개미와 아이가 편안히 눈을 감고 자연 속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온다. 따로 있지만 함께 누리며 함께 음미한다. 자연의 편안함을.

양손 가득 가방에 먹을 것을 잔뜩 담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아빠 개미는 거인을 만나 밟히기 일보직전이다. 여기서부터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가 시작된다. 아이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존재라 생각하며 개미 같은 하찮은 목숨쯤은 밟는다고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며 뻐긴다. 개미의 눈에 비치는 거인 아이는 그림책을 세로로 하여 그려져 있고, 개미를 쳐다보는 아이의 안경 쓴 눈은 클로즈업 되어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과자나 빵 부스러기를 훔쳐가는 도둑 같은 개미이지만, 과자 한 조각이면 온 마을 개미가 먹을 수 있다는 말로도, 아이는 아직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엔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로 개미는 아이를 설득한다. 다시 한번 그림책을 세로로 하여 보아야 한다. 거대한 개미의 발 밑에 초라하게 서 있는 아이가 있다. 소인국에라도 온 것 같다. 마지막 인내심을 다해 개미는 아이의 타고난 도덕심을 자극한다. 그런 후, '여러분은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로 글을 맺는다.

우리 옛이야기 중에 석새 짚신을 삼아 신고 다니는 농부가 있다. 이유는 발에 밟혀 죽을 지도 모르는 많은 개미들을 생각해서란다. 작은 목숨도 소중히 생각하라는 지혜의 이야기라, 이 그림책을 보며 함께 떠올랐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우리 것과 다른 나라의 것을 함께 두고 이야기 나누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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