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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3
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1년 10월
평점 :
통통한 볼이 예쁜 나의 여섯 살 작은 아이는 자기만의 상상 활동을 많이 한다. 여러 종류의 인형을 데리고 놀면서도 그렇고,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줄 때나, 밤에 꿈을 꾼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다. 나는 아이의 상상이 빚어내는 거짓말(?)을 재미있어하며 진지하게 듣는다. 추임새를 넣으면, 아이는 두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엄마를 위해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짜낸다.
깍쟁이 열한 살 큰 아이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 그래도 과일은 두루 좋아하는 편인데 토마토(사실 과일이 아니지)는 절대로 안 먹는다. 즐거운 식탁 앞에서 싸움 하기 싫어 저 좋아하는 걸로만 주다보니,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를 보며 두 딸아이를 동시에 떠올렸다. 좀더 일찍 이 책을 알았더라면 큰 아이에게 토마토를 먹일 수도 있었을 텐데... 킬킬거리며, 두 눈을 요리조리 굴리고 있는 찰리와 롤라가 하는 짓을 따라갔다.
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 만드는 음식의 이름은 목성에서도 따 오고 초록 나라에서도 따 오고 백두산에서도 따 온다. 생선튀김의 색다른 이름은 바다 밑 수퍼마켓에서 온 것이다. 롤라는 어느새 기찬 이름짓기 게임에 푹 빠져버렸다. 토마토를 가리키며 하는 말, '혹시 이걸 토마토로 안 건 아니겠지? 그치, 오빠?' 토마토가 아니면 무엇이었을까요? 롤라는 토마토는 아주아주 싫어하지만, '이것'은 '제일 좋아하는 것'이란다. 아휴! 깜찍한 것.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단순한 선으로 그린 인물과 소품들이 사진으로 표현된 부분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린다. 바탕색도 우주의 밤하늘, 초록나라, 백두산 꼭대기가 있는 하늘, 바다 밑에 따라 조화롭게 펼쳐진다. 환상적이고 신나는 그림과 함께 아이다운 어투로 잘 번역되어 있는 글이 재미를 더 한다. 원어로는 어떻게 나와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백두산'이 원서에는 어떤 산으로 나와 있을까? 한 장 한 장 넘기기 전에 아이에게 찰리가 뭐라 말했을까?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다. 훨씬 더 독특한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