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미래그림책 26
윈슬로우 펠스 그림, 마리아나 매이어 글,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너무나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가 그림책으로 재현되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되었지만 가 보지 못한 나는, 기묘한 분위기의 투란도트 공주와 그녀를 닮은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표지를 보는 순간 바로 이끌렸다. 속표지에는 호랑이와 용의 동양적 문양이 가지런히 그려져 있다. 극적인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를 줄기로 하고 있다. 세가지 수수께끼와 사랑, 그리고 얼음 심장의 아름다운 여인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투란도트>의 매력은 '동굴에서 잠자고 있던 용과 먹이를 노려 보고 있던 호랑이까지도' 귀를 쫑긋 기울일 정도로 빼어난 '투란도트 공주의 노랫소리' 같았다. 무엇에 홀린 듯 가슴을 멍하게, 머리를 텅 비게 하는 노랫소리 같은 것 말이다.

달의 신이 내린 저주로 싸늘한 얼음 심장을 가지게 된 투란도트는 그 차갑고 위엄있는 아름다움은 자신도 어쩌지 못한다. 그녀에게 사랑을 확인시키고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어려운 관문에 도전하는 뭇 청년들은 과연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사랑의 마음으로 공주에게 갔던 것일까? 권력에, 재물에, 명예에 이끌려 사랑을 빙자했던 건 아니었을까? 진정한 사랑이 없는 이 나라(중국의 베이징으로 소개됨)는 더욱더 얼음 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곳으로 변한다. 투란도트는 가짜 사랑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청년들의 머리로 성의 꼭대기를 장식하고, 사람들은 점점 집단 광기에 전염되는 듯하다. 그래서 공주의 세가지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청년이 처형당하는 광경에 날이 갈수록 열광하게 된다.

얼음 심장을 가진 공주를 차라리 불쌍한 존재로 보고, 사랑으로 끓는 뜨거운 피로 희망을 가지고 공주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이방의 청년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세가지 수수께끼를 차례로 맞히고, 투란도트는 이방 청년의 이름을 맞혀 공주가 정한 법대로 결혼식을 올리며 '서로 사랑하고 지켜주며 나라를 잘 다스릴 것을 맹세'한다. 이제 이 나라는 오직 사랑만이 법이 될 거라 약속한다. 사랑이란 이름의 땅 위에 살게 된 백성들은 풍요와 평화를 누리며 산다는 이야기이다.

<투란도트>의 글은 초등 중학년까지 적합해 보인다. 극적인 전개에 따라 극본을 쓰고 연극을 해 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그림책의 성격에 따라, <투란도트>의 색감은 처음과 끝이 다르다. 싸늘한 얼음빛은 갈수록 따스한 주황빛으로 바뀐다. 두꺼운 눈으로 뒤덮힌 나라,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의 공주, 은회색 호랑이, 온 마을에 어른거리는 처형당한 사람들의 섬뜩한 얼굴들. 그러나 칼리프가 공주 앞에서 수수께끼를 맞히는 장면에서부터 색감이 따스해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세번째 수수께끼의 정답, '투란도트 당신'을 맞히는 장면에서는 은회색의 호랑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크게 벌려 포효하고 공주의 얼음심장은 절정에 달하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의 결혼식 장면이다. 호랑이는 연한 갈색을 띠고 있고 표정은 유순하다. 첫장면 도입부의 동그라미에 그려져 있던 얼음 나라는 이제, 주황색 배경에 풍요롭게 열린 복숭아 열매와 사랑을 나누는 두 마리의 새로 바뀌어 있다. 한편의 극적인 이야기와 그림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한껏 펼쳐보며 오페라의 무대와 인물, 음악을 그려볼 수 있으니, 그림책의 장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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