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들의 전쟁 - 천년동안 읽는 동화 반달문고 1
김진경 지음, 최달수 그림 / 문학동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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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천년 동안 읽는 동화 시리즈인 <목수들의 전쟁>은 몇가지 면에서 꽤 시선이 집중되는 동화이다. 목수라는 직업에서 우선 떠올릴 수 있는 생각(편안함, 장인, 소박함)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암흑덩어리가 어떤 관련이 있길래,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작품의 배경은 2500여년 전의 춘추전국시대로 노나라, 초나라가 주무대이다. 노나라의 공수반이라는 전설적인 목수에 관한 단편적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고 묵가사상을 대표하는 사상가 묵자의 가르침을 주제로 하고 있다. 혼란한 시대에 난립하는 여러 사상들과 권력가들, 그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고통 받는 백성들의 삶은 도외시된 채, 역사의 강물은 흘러간다. 그러한 상황은 현대에 그대로 옮겨 놓아도 별반 차이가 없다.

<목수들의 전쟁>은 명료하고 단순한 선으로 인물과 배경, 사건을 나열한다. 발단에서는 재주 많은 목수 노반의 발명품이 잘못 사용되어 부모을 잃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에피소드이다. 첨단기술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그 피해는 얼마나 크고 참혹한 것인지 암시한다. 전개에서는 스승 묵자에게서 함께 배운 묵적이 목수들의 왕이 되어 노반을 찾아오고, 둘 사이에는 의견의 충돌이 일어난다. 아내와 함께 가장 강한 나라 초나라로 간 노반은 초나라 왕을 도와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많은 기구들을 발명한다. 그 중 '거'는 적군이 들어올 때 밀어내는 기구이며, '구'는 적군이 도망갈 때 잡아당기는 기구이다. 묵적은 이런 노반을 찾아가 담판 짓기 위해 초나라를 향한다. 묵적은 자신의 '거'는 '겸손함'이며 자신의 '구'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로 노반과 초나라왕을 설득한다. 모의 전쟁까기 벌이며 공격보다는 방어가 최상의 힘임을 반증한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사상은 노반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이기주의이다. 지구촌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가족, 국가, 민족, 인종을 초월한 겸애의 사상이다. 인류애, 박애 정신은 세계평화를 부르짖는 이 시대에 절대 필요하다. 전쟁을 합리화하는 것은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힘없는 사람들)을 눈감고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노반과 묵적의 오랜 생각의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꾸준히 참을성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고, 확신으로 자신의 옳음을 증명해 보이는 묵적이야말로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 지혜로운 전략가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나아가 지구촌 다른 어느 곳에서도 힘의 논리만을 내세워서는 악순환일 뿐이다. <목수들의 전쟁>에서 목수는 오늘날의 첨단과학기술자로 대변된다. 무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천문학적 비용이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의 자본으로 지원되는 상상은 어리석은 것인가?

이 동화는 손에 잡힐 듯 명확한 인물의 성격과 가치관, 다섯 장으로 분류되어 복잡하지 않게 전개되는 사건, 그리고 2500여년 전 중국이라는 호기심 끄는 배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읽히면서도 곰곰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들이, 행간을 묵직하게 하는, 주제의 힘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눈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 세계관을 정립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점에서 이 책은 맛과 영양분이 잘 어우러져 있다. 단지 46쪽의 '옥쇄'는 '옥새'가 되어야 바르게 쓰인 낱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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