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여우오줌 어린이 3
이탁연 지음, 신영진 그림 / 여우오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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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벌쭉 웃고 있는 사내아이의 편안한 얼굴 위로 새하얀 눈꽃 송이 같은 것이 내리덮히고 있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이 모습은 알고 보면 마음이 아픈 장면이다. '영원한 사랑'이나 '소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 보라색, 하얀색, 고운 도라지꽃은 별모양을 하고 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겨보면 맑은 수채화로 그려놓은 시골 마을의 풍경이 퍽 정겹고 여유롭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9살 가영이의 생활은 그리 편안하지만 않다. 엄마의 빈 자리를 야무지게 채우는 생활을 한지 몇해이다. 엄마는 유난히 도라지꽃을 좋아했다고 한다. 가영이가 힘들 때면 묵묵히 바라보며 용기를 주는 건 바로 마당에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도라지꽃이다. 이 대목에서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를 꽃에 비유한다면 어떤 꽃이라 하고 싶니?' 하고 물으면 아주 재미있는 대답들이 나온다. 반드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들어보시라.

이 책에서는 아버지가 한 가정을 따스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나온다. 오히려 이웃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영 남매는 엄마의 자리를 대신한다. 엄마에 대한 아주 희미한 기억도, 짖궂은 남자아이들로 부터의 든든한 바람막이도, 먹거리도, 동생의 응석받이도, 이웃 할머니는 엄마를 대신하여 기꺼이 담당한다. 그래서 가영이가 조금은 안심이 되는 눈치들이다. 엄마가 있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잠시나마 느끼는 표정들이다.

싯구처럼 낭낭한 묘사와 수채화가 잘 어우러져, 자극적인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보슬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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