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 웅진책마을 32
오카 슈조 지음, 카미야 신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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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만나게 된 장애우에 대하여 다룬 책들 중, 일본의 작가들이 쓴 책은 우리의 것과 시각이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율적인, 그래서 더 차분히 생각하게 하며 감동적이다. 그 중 <우리 누나>는 장애우와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친구와 이웃들이 엮어내는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사람의 마음 깊이에 있는 본래의 선함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일어나게 하는, 사람은 그렇게 선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장애학교에서 교직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는 작가의 잘 짜여진 여섯 이야기는 하나같이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것들이다. '장애'와 반대되는 의미로 '정상'이라는 우리네 마음을 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허느적거리고 비틀거리고 더듬거렸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장애우 주변의 친구와 이웃들은 모두 죄책감에 몸을 떨며 아파한다. 분명 그들도 선한 존재이며 모두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운 증후군을 앓는 17살 누나가 가족들을 위해 한 끼 식사 값으로 내놓은 봉투에 든 몇 천 원. 턱없이 모자라는 돈에 식사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몰래 채워넣어 식사값을 스스로 지불할 수 있게 해주는 아버지. 콧등이 시큰한 장면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장애우를 아무 이유없이 괴롭힌 죄책감의 '잇자국'이 가슴 깊이 든 아이는 좀더 성숙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특별한 것은, 장애우가 오히려 마음이 장애인 친구를 품어주는 대목이다. 따돌림을 당해 마음 한 구석이 비뚤어져서 자신을 몰래 꼬집어 '멍'이 들게 하는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장애우와 그의 어머니는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잘 살아간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나 자신 부끄럽기도 하다.

같은 장애 친구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마음 속으로 '워싱턴 포스터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애우의 일어서지 못하는 다리는 더 이상 장애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결혼식에 장애 조카가 오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고모가 마음의 장애인이다.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장애우들의 따스한 시선이 오히려 매서운 질책과도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우리 마음이, 무서운 편견과 제멋대로의 상상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장애물을 넘어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포용력 있는 눈으로 감싸며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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