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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의 초충도 그림으로 엮은 풀.벌레 이야기
신사임당 원화, 김해원 글 / 이미지프레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기획이 돋보이는 산뜻한 몸단장을 하고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라 하니 벌써 설레는데 게다가 풀벌레 이야기라니, 얼른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게 한다. 신사임당은 주변의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에도 애정을 가지고 세밀한 관찰로 섬세하게 화폭에 담아냈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열 폭 병풍에 있는 그림들을 자유자재로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야기는 봄 날 바스락바스락거리며 잠을 깨는 노랑나비 한 마리에서 시작한다. 노랑나비는 아직도 단잠을 자고 있는 큰 줄 나비 친구를 깨우기위해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곤충 친구들은 하나씩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자신들에겐 중대한 부탁을 서로 들어주는 모습도 정답다. 결국 방아깨비는 개구리가 자기를 괴롭히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개구리는 노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입이 큰 개구리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따라 모든 벌레들의 노래잔치가 벌어진다.
노래 소리에 달콤한 잠을 깬 큰 줄 나비 한 마리!드디어 친구를 깨웠다. 서로를 다치지 않게 보듬는 마음으로 지내는 벌레들의 모습이 신사임당의 그림 못지않게 신선하고 은근하다. 정지된 그림 속에서 이렇듯 발랄한 이야기를 솎아내어 움직이는 한 편의 영상을 그려냈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CD를 보며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는 나비의 날개를 달고 나풀나풀 날아오른다. 봄날 햇살마냥 나른하면서 은은한 이야기가 살아서 움직이는 초충도 속의 벌레들처럼 살아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