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추는 천연 기념물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
박상률 지음, 최민오 그림 / 시공주니어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아이만 기르고 있는 나는 남자아이를 둔 엄마들이 하는 고민을 모르는 때가 있다. 너무 활동적이라 정신이 없다든가, 벌써 아주 반항적이라든가, 입고 나가는 옷마다 찢고 들어온다든가 하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엄마의 속옷 입은 모습을 유심히 본다든가,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는다든가, 포경수술을 시켜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까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그저 웃고 지나갔는데, 이제 큰딸아이가 가슴이 조금 나오려고 하고 허리선이 예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아이에게 찾아올 첫손님을 미리 걱정하는 건 너무 이른가? 그날이 오면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다고 축하파티라도 열어줄 생각이다.

이 책은 제목이 우선 여자아이의 관심을 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는 9-10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남자아이는 자기들의 이야기이고, 여자아이는 남자친구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신나는 기회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부모님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남들이 하면 무조건 우리 아이도 해야 안심이 되는 마음을 버리고, 아이의 조건을 생각하여 적절하게 적용해야 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비단 포경수술만이 아니라 아이에게 적용하는 모든 것들이 엄마의 선택으로, 아이의 의견을 고려해보지도 않은채, 결정되는 것이 예사이기 때문이다. 큰딸아이는 이 책을 읽고, '뭐든 어른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어린이들도 일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라며 나를 찔끔 놀라게 했다. 유쾌하고 솔직하게 아이들 몸과 관련해 일어난 이야기를 꾸민 이 책은, 여자아이, 남자아이 구분없이, 우리 몸을 좀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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