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나라 노루 왕 - 저학년문고 3
서정오 지음, 황성혜 그림 / 일과놀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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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정오 선생의 옛이야기는 남다르다. 구수한 입말로 씌어진 우리 옛이야기가 우선 읽기에 참 편안하다. 읽어도 읽어도 물리지 않고 새롭다. 아이가 엄마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여 들려달라고 조르는 이유도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편안하게 잠자리에 누워 엄마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서정오 선생의 이런 입말에는 편안함 못지않게 정이 묻어난다. 우리의 옛이야기를 말하는 목소리로는 그지없이 좋다. 그 속에는 선하고 부지런한 우리 옛사람들이 있고, 나쁜 사람을 골려주는 지혜로운 사람들도 있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해학과 기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바로 이 책에서처럼, 목숨을 아끼고 사랑하며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순박한 사람들이 있다.

<노루나라 노루왕>에는 아주 작은 목숨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것은 남을 보살피고 도우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동물의 목숨까지도 함부로 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는 소박함이 결국 복을 가져온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교훈이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아니고, 이야기가 재미있어 빠져들어 읽다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 눈치챌 수 있다. 가령 개미의 목숨을 살리려고 엉성하게 석 새 짚신을 만들어 신고 다니는 한 농사꾼의 이야기는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보일 지 모르지만, 그만큼 순박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나에 대한 계산은 없고 상대만 생각한 행동이다. 어리석게 보이지만, 미물들이 갚는 은혜로 보상 받는 주인공들을 보며 안도할 수 있다.

어느 목숨이든, 목숨은 모두 귀한 것이라고... 석 새 짚신의 교훈이 식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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