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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랑 달릴 거야 ㅣ 꿈꿈이의 자연학교 1
손정혜 지음, 김정한 그림 / 느림보 / 2001년 11월
평점 :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이야기이다. 그것도 요즘 많이 키우는 청거북 이야기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마리 길러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까지도 산다는 청거북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돌보려면 여간 정성을 기울여야 될 게 아닐 성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아이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키우는 이야기이다. 겨례는 100미터 달리기를 45초에 하는 느림보이다. 그래서 놀림을 당하고 늘 풀이 죽어 있다. 교실에서 동물관찰을 했던 거북을 느림보라는 이유로 겨례가 떠맡게 되면서 일은 시작된다.
무심하게 내버려 두었던 두마리의 거북에게 온 정성을 쏟는 사람은 겨례가 아니라, 세 들어 사는 한 학년 아래의 훈이이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할머니와 늘 심심한 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타는 2학년 훈이는 두마리의 거북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영양가 있는 먹이를 준다. 뿐만 아니라, 목욕, 수조 청소, 일광욕 등 세세하게 신경쓰고 돌보는 일을 아무도 모르게 담당한다.
기분 좋은 거북이 속으로 생각하는 대사가 말주머니에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 훈이와 거북은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좋은 관계를 맺고 사랑을 주고 받는다. 거북이 달리기 대회에서 두 마리의 거북, 별이와 달이가 훈이를 주인으로 알아보고 어기적거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정성으로 사랑을 쏟는 대상에 정을 주고 매달리는 것이다. 신기하다.
훈이가 거북을 이렇게 잘 돌볼 수 있었던 것은, 겨례 반 이이들이 쓴 관찰일기 덕분이다. 반 아이들 한명한명이 각각 다른 글씨체로 또박또박 적어내려간 관찰일기를 엿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거기서 새롭게 알게 되는 '거북 키우기' 정보 또한 유익하다.
뒤늦게 자신이 거북에게 너무 신경을 안 쓴 것을 깨달은 겨례는 이제 조금씩 변화해 간다. 거북에게 정성도 보이고, 무엇보다 느림보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달리기 연습에 들어간다. 거북이도 다음 번 달리기 대회를 위해 달리기 연습에 들어가고, 겨례는
자신의 꿈인 비밀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달리기를 잘 해야 된다. 끝까지 자신의 꿈의 자리를 아무에게도 내놓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애교스럽다. 이런 겨례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 느림의 미학을 예찬하고 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