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한자루와 친구들 - 책꾸러기 001 책꾸러기 1
박자경 지음, 이경자 그림 / 계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한번, 똥 이야기이다. 똥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면서 더럽다고 구박받는 개똥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전개는 '강아지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강아지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성스러운 자기 희생의 모습과 종교적인 엄숙함보다는, 현실적이면서 명랑한 분위기가 희망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레 연결된다. 길바닥, 아이들, 시장, 쓰레기차, 이런 것들이 바로 생활 속의 평범한 것들을 대변해 주는 듯, 개똥 한 자루의 이야기 속 배경으로 등장한다.

길바닥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의 구박을 받으며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개똥 한 자루는 소원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멀리 여행을 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자신의 이름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은 태어나기 전 많이 들었던 권이라는 이름으로 짓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고 싶어한다. 길가 하수구에서 만난 허풍쟁이 풍선껌과 영감 같은 성냥개비에게서 모욕을 당하고 기분이 나빠지지만, '이보다 더 나쁜 일을 없을 거야.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날 거야'라며 자신을 희망의 길로 끌어간다. 나쁜 상황에서도 항상 좋은 쪽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은 미덕이다.

권이는 우연히 자신의 첫번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자전거 뒷자리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노란 양산으로, 그렇게 그렇게 세상을 구경하며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여행은 권이의 성장에 필요한 요건이다. 세상의 이모저모를 보고 겪으며 권이는 자신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이란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된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휴지 한 조각도,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으스대다가 실망했던 비닐봉지 하나도, 모두 소중한 꿈 한 자루씩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이의 꿈은 '사라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라고, 권이는 이제 조심스럽게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다.

어느 날, 쓰레기차에 붙어 흙이 있는 곳으로 간 권이는 그 곳에서 찔레나무 새싹을 만난다. 자신도 볼품없이 마르고 잘게 부서져서 단풍나무 새싹을 틔운다. 이제 권이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흙에 단단히 뿌리 내린 멋진 단풍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이 책을 같이 읽은 2학년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가슴 속 싹은 뭐니?'하고 물으면 제각각 '과학자가 되는 것', '성악가가 되는 것', '경찰관이 되는 것', 선생님이 되는 것' 이라고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볼품없이 잘게 부서져서야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권이처럼 싹을 틔우기 위해 희망을 안고 노력해야겠다고 저희들이 답을 내리기까지 한다.

책을 잘 안 읽고, 숙제를 안 하여 야단을 맞아 의기소침해 있었던 아이들도, '너희들이 쓸모있다고 생각될 때가 언제니?'라는 물음에 '엄마 심부름을 잘 할 때', '노래를 잘 부를 때', '시험지 백점 받았을 때', '동생과 잘 놀아주었을 때' 같이 할 말들이 많다. 그리곤 아주 의기양양해진다. 식상하다싶은 소재의 이야기라도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러므로 한 권 한 권 들여다보면 가치없는 책이란 없다. 그 속에서 얼마만한 보석을 끄집어내는 지는 아이들과 어른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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