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나비 어린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 9
제닌 M.프레이서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희귀 곤충전에서 말레이시아 초록 나비를 본 적이 있다. 묘한 광채를 발하는 에메랄드 빛 그 나비는 예리한 핀에 고정되어 유리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와 애처롭게 보였던 적이 있다.

<소년의 나비>는 바로 그 나비를 잡아야만 하는 한 말레이시아 산골 소년의 이야기였다. 아주 진솔하고 때묻지 않아 그대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어릴 적 자신의 손발이 되어 돌보아 주시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늙고 약해지셔서 자신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알고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맛있는 죽 한그릇을 사드리기 위해 잡아야 하는 것이 초록나비이다. 초록나비는 생명을 경외하는 한 서양 여성의 손사래로 날아가버리고, 할아버지를 위한 죽 한 그릇을 위해 '할아버지의 나비'라고 이름짓고 먼 길을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온 주인공 소년을 울부짖게 한다.

한 서양 여인이 소중히 여긴 나비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생명체이다. 그런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것은 미덕이다. 하지만, 그런 생명체보다 다 귀한 것은, 그런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과연? 그걸 뒤늦게 깨달은 그 여인은 부끄러운 변명이라고 고백한다. 내면의 진실된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은 세월이 가면 변질되기 마련이다.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운 마음은 그 깊이를 헤아리기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아름다움의 빛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더하는 것이리라.

맨발로 험한 산길을 뛰어가는 소년의 손에는 나비채가 들려있다. 우리는 손에 무엇을 들고 오늘을 살고 있는지? 우리가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에만 눈 밝히고 있진 않은지 모르겠다.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초록나비보다 몇 갑절 아름다운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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