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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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은 윌리엄 스타이그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친구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꼭 자신들이 내면과 닮아있는 친구말이다. 아이들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런 속성을 보여주는 데 한치의 망설임이나 양심의 가책도 없다.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슈렉의 행동방식이 밉지 않다.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라면 슈렉을 피해 달아나지만, 슈렉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짖궂음이 마치 세살 아이같다. 슈렉은 오직 자신의 짝인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공주만을 찾으러 거침없이 나아간다. 자신이 바라는 것만 향해 돌진한다.

<슈렉!>에는 못생긴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더 못생기고, 더 지저분하고, 더 짖궂은' 초록색 괴물 슈렉을 비롯하여 마녀, 터무니없이 큰 용, 뱀, 못생긴 공주 그리고 둘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고 있는 악어까지. 혐오의 대상으로 밀쳐내는 것들이 여기에서는 그다지 혐오스럽지 않다.

우리의 눈에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는 슈렉과 못생긴 공주가 서로 애정의 눈빛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마음 속 어두운 동굴에 살고있는 근질근질한 무엇을 빛이 있는 곳으로 나오라고 은근히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시처럼 노래처럼, 둘은 마냥 행복하다. '너무나 못생겼기에' 둘은 서로 사랑한다. 그 표현도 코를 덥썩 물거나 귀를 꽉 깨무는 것이다.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고 새들이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동산에서 귀여운 얼굴의 아이들이 빙글빙글 춤추며 노니는 장면이 있다. 슈렉이 잠시 정신을 잃고 잠이 든 동안 꾼 악몽의 장면이다. 아이들은 자꾸만 슈렉을 껴안고 뽀뽀를 하려고 한다. 잠에서 깬 슈렉이 하는 말. '나쁜 꿈을 꾼 것뿐이야. ......아주 끔찍한 꿈이었어!' 이는 어른들의 고정된 생각을 다소 바꾸어 줄 수 있는 장면이자 작가의 위트가 유쾌하게 반짝이는 부분이었다. 슈렉이 나가는 길 양옆으로 비스듬히 몸을 눕혀 길을 내주는 나무와 꽃들은 또 어떤지...

시적이면서도 거침없이 내뱉은 '아름답지 못한'(?) 단어들로 씌여진 글과 생략할 건 생략하고 윤곽을 살려 '못생기게'(!) 그린 그림들이 작가의 기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싫은 사람에게 실컷 욕을 해댄 것 처럼, 슈렉이 하는 말과 행동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보고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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