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사자와 행복한 아이들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
야노쉬 글.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야노쉬는 이 책에서 착한아이나 가사일에 시달리는 엄마 그리고 바깥 일에 지쳐 집에 들어와 무심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에 눈을 박고 있는 아빠를 그리고 있지 않다. 마음껏 어질러져 있는 집, 군데군데 짜투리 천으로 기워 놓은 집안의 물건들, 마음 가는 데로 아무 곳에서나 자리를 잡고 단잠을 자는 식구들, 하나같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빠 사자는 집안 일을 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란 것을 알고 있다.

바깥 일은 씩씩한 엄마가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엄마 사자는 회사의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유능한 상사이다. 아빠 사자가 집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듯이 말이다. 엄마 사자의 무릎에 앉아 대머리를 내맡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일곱 아이들의 소원은 아주 소박한 것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그것들을 들어주려고 꾀를 내는 아빠 사자의 지혜가 재기발랄하다. 흐뭇하기까지 하다. 롤러 스케이트를 탄 파란 임금님의 왕관 위로 오줌을 갈기는 아이가 듣는 말은 욕설이나 저주가 아니라 '나도 그랬단다. 말리면 되지' 이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내지르는 욕구 배설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주다니... '하지 마라', '조용히 해라', '어지르지 말고 놀아'가 입에 붙은 어른들에게 은근히 한마디 하는 것 같다.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성 고정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가사일과 육아의 굴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어 마음껏 나래를 펼치지 못하는 딸들에게 아빠 사자와 같은 사람의 손을 빌어 준다면... 그런 쪽으로 더 적성이 맞는 남자도 있을 것인데. 직업이나 장래 희망을 말하라고 하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 간에 벌써부터 줄 그어져있는 경계선이 안타깝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런 것에 물들었을 것이다. 성을 뛰어 넘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회적 활동의 폭 또한 얼마나 넓어졌는지. 딸들아, 눈을 크게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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