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 - 책 읽는 가족 18 책읽는 가족 18
한석청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바람의 아이>는 고구려 멸망 후 어느 귀틀집에 찾아든 예맥족의 열 두살 아이 슬이를 두고 이른 말이다. 물론 가상의 있음직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역사동화의 배경은 언제나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소재다.

668년 웅대한 힘을 자랑하던 고구려가 망한 뒤 발해가 건국될 때까지의 30년이라는 험난한 세월. 이 시간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비참한 고구려 유민들의 생활이나 당나라의 무자비한 압제이기 이전에, 보이지 않지만 확고한 한가닥 희망의 끈을 붙잡고 한겨례로 똘똘 뭉친 민중들의 의지이다.

대조영이라는 인물에 가려 역사의 기록에는 남지 않았을, 낮은 곳에 사는 무수한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가 큰 울림을 남긴다. 나라없는 설움에 대해 몸으로 느껴보지 못한 나와 우리 아이들이지만, 나라의 소중함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피상적일지라도 이런것들이 쌓여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할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주금도사의 집에서 미루와 퉁개와 슬이가 만나 의형제를 맺는 것이다. 여기에 유민으로 떠돌다 산적이 된 아금치가 회개하며 쇠맷골의 우두머리가 되고, 주금도사의 뜻과 하나를 이룬다. 당나라 책성의 대장장이 어림수, 뱃사공 쉬투리, 제련장이 멍치 모두 낮은 곳에서 자기 소임을 다하며 큰 몫을 해내는 인물들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들의 지혜와 용기가 날렵한 행동과 함께 그려진다. 대담한 지략으로 책성을 되찾고 난 뒤, 잔치가 열리고 대조영은 주금도사를 찾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주금도사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광활한 벌판과 골짜기를 배경으로 점처럼 가벼운 그 뒷모습이 여운을 준다. 주금도사와는 반대편의 언덕 아래로 말을 달려 내려가는 미루, 퉁개, 슬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바람처럼 자유로우면서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도사님, 그럼 어디로 가실 건가요?'
'훠이훠이 발길 닿는 대로 가련다, 허허.'
'살펴 가십시오, 도사님.'
'오냐. 부디 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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