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안 놀아 -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6
현덕 글, 송진헌 그림,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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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현덕이라는 동화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월북을 한 이유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이 작가의 작품은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읽은 나에게도 상큼한 맛을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일제시대의 어두운 사회상황이 계급 이데올로기의 거죽을 쓰고 다소 지리하고 거북하기까지 하였던 다른 월북작가들의 이야기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너하고 안 놀아>는 그의 작품 중 1938년에서 1940년 까지의 작품들을 모아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에게 권장하는 책으로 나온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네 명으로 노마, 기동이, 똘똘이 그리고 영이라는 여자아이가 있다. 이 아이들이 날마다 엮어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고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어쩌면 아이들의 심리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그렇게 그려내고 있는지, 내 어릴 적 마음을 들킨 것 같기도 해 쿡쿡 웃음이 나왔다.

2학년 큰 딸아이는 마지막의 '큰소리'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친구 앞에서 기죽기 싫어 큰소리 뻥뻥 치는 아이들의 밉지 않은 배짱이 귀엽다. 저녁밥 먹으라는 엄마의 말이 구세주의 손길이라도 되는 양, 점점 하기 싫어지고 있었던 친구와의 놀이를 얼른 접고 각각 집으로 뛰어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든 즐거운 놀이를 발견하는 재주를 가졌다. 토라져 싸우다가도 다음 날 더 친해저 우정을 다져간다. 어디 한 군데 악한 구석을 찾아 볼 수 없는 가난하지만 티없이 맑은 아이들이다. 기동이는 나머지 아이들에 비해 부유한 집안의 아이지만, 가난한 아이들과 어울려 그런대로 잘 지낸다. 이 아이들에게 부와 가난은 근본적인 벽이 되지 못한다. 놀이를 통해 만나면 모두가 하나로 섞인다.

깨끗한 우리말로 맑은 동심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현덕의 동화를 읽으면 우선 내 마음이 깨끗하게 씻기는 기분이다. 어릴 적 내 마음이 되어 함께 놀이에 빠져 본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의 아이들을 헤아려보는 시간도 된다. '때묻은 바지 저고리만 입었어도 대장 자격이 넉넉한' 노마. 지금 우리가 사는 이웃에도 당당한 '노마'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 '영이'도 '똘똘이'도 '기동이'도 한데 어울려서 마음껏 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를 알고 남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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