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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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하고 이재에 밝은 것만 같은 여우에 대한 선입견은 이솝우화 같은 종래의 이야기들에서 생긴 것일 것이다. 그러나 <노란 양동이>를 비롯한 근래에 쓰여진 아기여우들은 그 이미지를 확 벗어버리기에 충분하다. 빨간 반바지만 걸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손잡아 주고 싶기도 하다.

어느 월요일, 아기여우가 우연히 발견한 임자를 모르는 노란 양동이는 일주일 동안 아기여우의 아낌없는 보살핌과 애정을 받는 물건이다. 이것은 물건 이상의 것으로, 마음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대상이다. 적어도 아기여우에게는 그렇다. 덥석 제 것으로 해 버릴 수도 있으련만, 아기여우, 아기토끼, 아기곰은 누구의 양동이일까 고민을 거듭한다. 글피는 금방이니 일주일만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려보자고 결론내리는 모습에서 아이들다운 현명함과 순수함이 반짝인다.

화요일 아침 일찍부터 아기여우는 외나무 다리 근처에 그대로 두고 온 노란 양동이를 씻겨 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주고, 미꾸라지를 잡아 양동이 가득 담는 꿈도 꾸어 본다. 그러면서도 노란 양동이가 자기 것이 되었으면 하는 아이다운 바람을 버리지 않고 나무 막대기를 주워 양동이 바닥에 제 이름을 쓰는 시늉도 해 본다. 밤 바람에 양동이가 날아갈까 냇가의 물을 가득 담아 두고 양동이 안에서 출렁거리는 노란 달님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며 일 주일을 잘도 참아낸다.

그러나 마지막 날, 노란 양동이는 깜쪽같이 사라지고 아기여우의 은근한 기대는 무너지지만, 의외로 아기여우는 '아무래도 좋아'하고 생각한다. 일 주일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을 노란 양동이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주인 잃은 노란 양동이를 아낌없이 사랑하며 보살핀 임자는 다름아닌 아기여우이다. 비록 자기에게 돌아온 물질적 보상은 없어도 그동안의 행복감과 즐거움이란 값진 보상을 아기여우는 받은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아기여우는 짧지만 긴 시간동안의 체험으로 그것을 몸으로 느낀 셈이다. 무엇이든 내 것으로 꼭 쥐려고만 드는 아이들에게 잔잔한 마음의 물결이 일지 않을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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