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와 푹신이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지음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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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야시 아키코가 그리는 아이의 얼굴을 좋아한다. 꽉 깨물어 주고 싶은 통통하고 발그레한 두 볼과 귀염성스러운 표정을 보면 누구든 나처럼 반하고 말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이런 얼굴의 주인공 은지와 그에 못지 않게 앙증맞은 봉제 인형 푹신이가 등장한다. 푹신이! 정말 이름에서 오는 느낌 그대로 정이 많은 아기 여우 인형이다. 은지에게는 이것이 인형 이상의 의미로 나날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은지가 태어나길 기다리며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푹신이는 은지의 침대 맡에서 벌써 은지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의 마음이 담뿍 담겨있다. 내 아이가 태어날 날을 꼽으며 아기의 이부자리를 미리 마련해 주셨던 친정 어머니가 떠오른다.

은지가 차츰 튼튼한 아이로 자라감에 따라 푹신이의 몸은 더러워지고 너덜너덜해진다. 어느날, 튿어진 푹신이의 한쪽 팔을 고쳐주기 위해 은지는 푹신이를 데리고 둘만의 길을 떠난다. 모래언덕을 넘어 할머니 댁으로 가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도시락을 먹고 푹신이를 잃어버릴 뻔한 어려운 일을 꿋꿋이 견뎌낸 은지는 푹신이를 등에 업고 넉넉한 할머니의 품에 안긴다. 세 명이 목욕을 하는 장면은 모험이 끝난 뒤의 안식처럼 편안하고 훈훈하다.

집으로 잘 돌아오기까지 할머니 이외의 다른 어른은 볼 수 없다. 생략할 부분은 과감이 생략하고 주된 인물과 그들이 겪는 이야기로 집약했다. 훨씬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맛이 낫다. 개가 푹신이를 입에 물고 달아나는 장면에 연이어 은지가 뒤따라 뛰어가는 장면에서, 네살 작은 아이는 안타까워하며 '물고 가면 안 돼.' 라고 소리친다. 은지를 가리키며 '나 닮았어'라고도 한다.

그렇게 금방 감정이입이 되는 맑은 심성을 잃지 말기를...... 인형에게 말걸기를 오늘도 그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은지'와 그런 '은지'를 키우는 엄마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 그런데 '은지가 들고 있는 초록색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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