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간 개돌이 신나는 책읽기 1
김옥 글, 김유대.최재은.권문희 그림 / 창비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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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알록달록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이 동화집은 참 친근감이 든다. 어린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마음과 의외로 의젓한 마음이 나의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라 그런지 그 또래 아이들의 심리를 잘도 읽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들이 생동감 있어 좋다.

<책벌레>는 아이들이 흔히 거리감을 두기 쉬운 책(그것도 아주 두꺼운 국어사전)을 소재로 그곳을 집으로 삼고 살고 있는 책벌레들을 등장인물들로 하여 기발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먹자파와 연구파의 싸움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구파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 책꽂이에 그냥 꽂혀있는 책들을 한번 펴보고 싶어질 것이다. 책벌레들을 만나고 싶을 테니까.

<학교에 간 개돌이>와 <내 귀여운 금붕어>는 각각 학교와 집에서 겪을 수 있는 아이들의 일상을 소재로 그들만의 소중한 비밀처럼 즐겁게 간직하고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난해도 밝고 다른 목숨을 귀히 여길 줄도 아는 아이들이 나온다. <소중한 아이>에 나오는 아이는 또래보다 능력도 떨어지고 가정형편도 좋지 못해 따돌림을 당한다. 하지만 그 아이의 귀에 '넌 소중한 아이'라고 속삭여주는 선생님이 있으므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모래 마을 아이들>은 짧은 판타지 동화로 보았다. 엄마의 과열교육으로 여러 군데의 학원을 다니느라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시간을 빼앗긴 진이가 나온다. 그날도 바이얼린 학원에 가는 길에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 놀다가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가 된 후, 모래 마을에 들어가게 된다. 그 마을에서 진이는 모래 마을 아이들과 함께 만화영화도 보고, 불량식품도 먹어보고 학원에 갈 걱정일랑 할 필요도 없이 떠들고 논다.

모래 마을에 들어 갈 즈음의 시각이 네 시 삼십 분이었는데 그 마을을 나올 때 시각도 여전히 네 시 삼십 분이다. 이것은 판타지 동화를 이루는 장치 중의 하나이다. 억눌려 사는 아이들에게 판타지 공간에서의 시간은 영원한 꿈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모래 마을 아이들이랑 내일 또 놀 생각으로 진이는 씩씩해졌다.

<문이 열리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이런 요소가 들어있다. 장사를 하러 나간 엄마를 방에 갇혀 기다려야 하는 어린 오누이에게 옷장 문은 둘만의 놀이터로 가는 비밀의 문이다. 옷장 속의 옷은 나무로 변하고 나무를 다 잘라 내고 다시 심는다고 옷을 죄다 방바닥에 던지기도 한다. 오빠는 숲 속에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되어 엄마가 먹으라고 놓고 가신 사과 두 개를 매달고 있다. 동생은 노란 부리를 가진 수다쟁이 새가 되어 옷장 속을 휘젓고 다닌다. 옷장 속이 놀이터와 골목길인 것처럼. 문이 열리면 그리운 엄마가 오는데, 좀체로 엄마는 오지 않고. 꿈길 따라 들려오는 엄마의 발소리에 아이들은 잠이 들려다 일어난다. 삽화의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내 마음이 울컥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잘도 만들어낸다. 방을 어질러 놓았다고 화를 내시는 엄마, 학원을 빼먹었다고 혼을 내시는 엄마가 있어도 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의 아이들은 모든 걸 잊고 그것에 푹 빠진다. 즐겁다. 해방이다. 그리곤 커간다. 어느 순간 쑥 커버린 아이를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룻밤이라도 캠핑을 가 억압하는 엄마의 손에서 놓여나 놀다 온 아이를 맞이할 때 같은 경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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