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는 아이 티스투 길벗어린이 문학
모리스 드뤼옹 지음, 자끌린 뒤엠 그림, 나선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실의 구석구석 어두운 면에 닿아 어여쁜 꽃을 피우는 이 한편의 동화가 내 마음의 우울한 한 구석에도 화사한 꽃을 피웠다. 풀빛 엄지손가락을 가진 티스투는 과연 천사였을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티스투가 바라보는 세상은 자신의 능력으로 꽃을 피우면 해결되는, 어쩌면 간단한 모순덩어리였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감옥, 답답한 병실 그리고 가난이란 짐을 안고 사는 빈민촌, 이 모든 곳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아주 놀라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티스투는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에게도 적합한 식물을 선사한다. 티스투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숨통을 틔운다.

전쟁을 아무도 다치지 않게 끝낸 것은 평화의 천사 티스투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그 모순과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느 구석 지금껏 끊이지 않는 전쟁의 본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쟁이란 많은 것을 잃게 만드는, 가장 크고 무서운 무질서이며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말하다가 갑자기 퍽! 따귀를 맞는 것'이라고 티스투는 생각한다. 전쟁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티스투는 대포마다 꽃씨를 뿌리고 풀빛 엄지손가락을 대어 꽃을 피운다. 불바다를 이루어야 할 전쟁터는 온천지가 꽃 투성이가 되어 더이상 전쟁이란 지속될 수가 없다. 막연하지만, 전쟁에 대한 허상과 그 방안까지 그리고 있다.

사람보다는 꽃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무스타슈 아저씨와 마구간의 짐나스틱하고만 비밀을 나눈 티스투는 닮은 점이 있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같은 것이 작가에게는 있는 지도 모르겠다. 티스투가 세상에 남아 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었을 수도 있을텐데, 왜 무스타슈 아저씨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을까?

짐나스틱을 통해 '티스투는 천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작지만 큰 일을 하고 간 티스투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티스투가 세상에 남아있었다면, 모든 것에 빨리 적응하여 중요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현상으로 그쳐버릴 수도 있었을까? 티스투를 하늘로 올려보낸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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