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랄다와 거인 비룡소의 그림동화 27
토미 웅거러 / 비룡소 / 199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미 웅게러는 다소 혐오감을 주는 대상에게 평범한 본성을 되칮아주는 데 관심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흐뭇한 안도감을 준다. 그의 작품 <세 강도>에서도 받은 느낌을 <제랄다와 거인>에서도 받을 수 있다.

어린 아이들만 골라 잡아 먹는 거인은 외모도 성미도 별나고 괴팍하여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제랄다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거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랄다는 너무 굶어 허둥대다 다친 거인을 보살피고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어린 아이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를 맛본 거인은 제랄다와 함께 살며 어린 아이를 잡아 먹으려는 욕심따윈 잊어버린 채 산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처녀가 된 제랄다와 수염도 깍고 보기 좋아진 거인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여러 명의 아이들도 낳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산다.

모두가 피하는 무서운 거인이 허기로 허둥대다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거인을 연상하기 어렵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모두에게서 외면당하는 혐오의 대상이 친근한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마음으로 그를 대하는 순수함, 즉 어린이다움으로 인해서다.

식욕은 본능이다.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의 마음이 어쩌면 거인으로 형상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본능을 아름답고 절제된 행위로 즐기면서 충족하는 법을 무의식 중에 배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제랄다의 멋진 요리들을 맛보면서 말이다. 이제 거인은 아이들에게 막대사탕을 나누어줄 줄 아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었다.
더 이상 외롭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 장의 그림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제랄다가 안고있는 갓난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 거인의 한 아이가 손을 등 뒤로 하여 쥐고 있는 포크와 나이프. 첫 장에서 거인이 들고 있던 날카로운 칼이 떠오른다. 이 아이도 자신의 파괴적인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차츰 엄마인 제랄다의 음식을 먹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