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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백만장자 삐삐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삐삐 롱스타킹과 함께 있으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쉴새없이 조잘대며 사건을 만들어가는 말괄량이 삐삐는 아이들을 위해 린드그렌이 데리고 온 영원한 친구이다. 도랑에 빠져 옷을 버릴 것을 염려하고 사탕을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해방구같은 존재다.
큰아이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읽고 단번에 삐삐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꼬마 백만장자 삐삐>를 건네주기가 무섭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함께 키득거리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말이다. 삐삐는 어른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힘이 세다. 물론 나쁜 어른들을 혼내줄 때가 그런 경우다. 삐삐는 약하고 불쌍한 아이들에겐 불사신이다. 온 마을의 사람들에게 삐삐는 영웅과도 같다. 소심하거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짓눌려있는 아이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의 경험을 준다.
무엇보다도 삐삐는 거짓말장이다. 하지 않으려해도 술술 나온다. 악의에 찬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종류의 거짓말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넘쳐나는 풍부한 상상력이 삐삐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세계의 곳곳을 왔다갔다하며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 같은 신비한 이야기를 진짜인 것 처럼 들려준다. 정작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있더라도 그대로 믿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삐삐의 뒤죽박죽 이야기를 듣고있으면 근심은 저멀리 가고 유쾌한 하루가 시작될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삐삐는 아이들의 거침없는 상상의 세계를 건드리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천진한 이야기꾼 린드그렌이 그러하듯, 삐삐도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살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