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아이교육
이상금 지음 / 사계절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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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 못지않게 갖고 있으면서, 바람직한 방법을 알지 못해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건, 무조건적으로 온실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이의 욕구와 심리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그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비싼 돈을 치르고 한번쯤은 구입하게되는 애니메이션 전집류를 애통한 마음으로 흘겨보며, 더 일찍 좋은 그림책을 선사해 주지 못한 무지함을 돌아보게 된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한 권의 그림책이 안겨주는 인상깊은 선물을 좀더 일찍 큰아이에게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그림책의 세계로 같이 가자고 오늘도 손을 잡아 앉히며 그림책 한 권을 펴든다.

EQ가 한 때 아이들 교육의 최상의 목표처럼 부상하였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엄마와 함께 보는 그림책의 경험이야말로 아이의 감성지수를 끌어올리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자제(자기 기분을 자각하고 조정하는 힘)와 공감(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EQ의 핵심이라면, 이런 힘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을 유년기에 등한시하게 됨으로써 오는 정서적 상처는 어른이 된 후에도 남는다고 한다.'공감은 엄마와 아이의 친밀한 교류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림책 읽어주기는 바로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해야 할 말이 그림책에 다 있다' 라는 장에서는 그림책 읽어주기에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한다. 아버지의 역할이 점점 왜소해지는 시대에, 아빠의 낮은 음성이 들려주는 그림책을 보고 자란 아이가 가슴 가득 머금고 있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부모 노릇 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를 권하고 싶다고 한다.

그림책 읽어 주기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생각을 바탕으로,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그림책을 들어 사례별로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그림책의 고전에서 비교적 현대의 작품들까지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새긴 작품들을 권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다. 작가와 화가 그리고 편집자의 삼위일체가 훌륭한 그림책을 낳는다고 하며, 한권의 그림책이 나오기까지의 숨은 일화는 그 그림책을 좀더 애정을 갖고 이해하게 한다. 적어도 여기에 언급된 그림책은 모두 사서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림책을 포함한 모든 어린이 책에는 고유의 정서와 민족성을 담고 있으며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나가는 기반들이다. 어린이 책에는 '대립이라든지 증오 같은 것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폴 아자르의 말처럼 조국애와 인류애가 혼연일체가 된다고 한다. '책을 통한 어린이 세계 연맹'을 역설하였듯이.

지구촌에 사는 아이들을 이제 더 이상 '내 아이, 남의 아이'의 눈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내 아이만을 위한 가족 이기주의가 미덕이 아니듯이, 지구의 어느 한 구석 지금도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다면, 그림책 읽어 주기는 성공한 부모 노릇으로 매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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