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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않니
박경선 지음 / 지식산업사 / 1994년 2월
평점 :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음직한 혹은 작가가 바라는 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이야기를 작가가 그려낸 것이란 점이 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작가는 오랜 세월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이들의 어여쁜 마음을 이렇게 모두에게 전염시키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이 동화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의 진솔한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 아픔으로 깊이 자리하고 있는 저마다의 상처를 다함께 어루만지고 있다. 반에서 학습면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별난호박'이란 선생님은 작가가 아닌지?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 와 <짝꿍>에서 선생님의 모습은, 이기적이기만 한 요즘의 아이들에게서 '고 예쁜 마음을 어떻게 끄집어내줄까'라는 물음에 답을 준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나님이 주신 선물, 즉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석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빠가 주신 선물>의 남희나 <동전 두 개>의 남매, <하모니카 별 자리>의 광민이를 보면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적어도 부모에게는, 살아가다 가슴시릴 때면 눈을 마주하고 허허로운 웃음지을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맑은 존재들이다.
왁자지껄 저희들끼리 떠들고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불쌍해뵈는 할머니를 위해 붕어빵을 사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있는 아저씨를 위해 기도를 한다. <도화지 위의 땅>에서 착희는 협동화를 그리는 대신 친구들이 잘 그릴 수 있게 물을 부지런히 갈아다 준다. 땅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착희를 보고 엄마는 분개하셨지만, 착희의 땅은 도화지 전체다. 엄마의 욕심으로 오늘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외에도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또 그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고심하는 어른들도 만날 수 있다. <보석보다 귀한 돌>의 의사 선생님, <거울 속의 한 아이>의 수민이 엄마, <생선 비린내>의 한수 엄마 그리고 여러편의 동화에서 나오는 '별난 호박' 선생님. 아이들의 소중한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면서 꿈을 주고 다독이는 모습이 너무 좋다. 뭉클하다.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가슴 따뜻한 울림을 준다. <못난이돌의 꿈>처럼 소박하지만 참된 꿈을 언제까지나 가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