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꾸러기 사냥꾼 삼총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
에드윈 워 글, 랜돌프 칼데콧 그림, 이종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그림책작가상, 칼데콧상. 칼데콧은 어떤 그림책을 만들었기에 그를 기려 상을 제정했을까? 19세기 영국 그림책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대의 대표 작가의 그림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겉표지의 색부터가 중간톤이라 눈이 편안하다. 책장을 넘기면 누르스럼한 종이가 오히려 깨끗하다. 흑백의 스케치와 번갈아 등장하는 사냥꾼 삼총사와 서민들의 모습도 볼거리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다. 당시 영국 서민의 옷과 마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냥꾼 삼총사는 우선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사냥을 떠날 준비를 한다. 사냥도구는 아예 챙기지도 않는다. 소리지르고 나팔을 부는 것이 사냥하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바닥을 잘 보고 고른 땅만 밟는 것과 바람 냄새도 잘 맡'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으면 우리의 마음도 그만큼 맑아지는 거야'

삼총사가 지금부터 사냥을 할 대상은 짐승의 몸이 아니라, 자연과 그곳에 사는 온갖 것들이다. 그것들을 보는 시각은 어린 아이와도 같다.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을 불쌍히 여기고 생명을 불어넣어 생각한다. 들판의 허수아비는 길을 잃어버린 농부다. 그들을 쫒아오는 허수아비를 뒤로 하고 신나게 말을 달린다. 다음 볼거리를 찾아서. 누군가 버려놓은 삐걱거리는 맷돌은 딱딱하게 굳은 치즈란다. 무엇을 가지고도 금방 자신만의 놀이감으로 써서 재미있는 놀이를 할 줄 아는 아이들같다.

살찐 돼지는 옷을 도둑맞은 읍장같이 보인다. 서민들 편에 서서, 편하기만 한 관리들을 골려주는 말이다. 오솔길을 산책하고 있는 젊은 연인은 얼이 빠져 나돌아다니는 미치광이들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의 감정이란 것이 그리 믿을 만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삼총사는 장난을 걸며 히히낙낙 즐겁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 대해 하는 말을 보면 작가가 어린이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그건 작은 천사들이야. 그러니 저희들 마음대로 놀게 내버려 두세.' 아이들은 나무에 올라가 모자를 벗어 삼총사에게 흔들어대고 삼총사는 뒤돌아보며 답례한다. 모르긴해도, 아이들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삼총사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고 유쾌하다. 악의가 없다.

'오늘은 아무것도 잡지 못했어. 그렇지만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보냈어.'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서도, 오늘날 우리의 어린이들이 겪는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쉴새없이 무언가 하라고 몰아대는 어른들과 이리 저리 어른들의 지시대로 끌려다니는 아이들. 무언가를 손으로 잡지는 못해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보내'며 땅을 밟고 바람 냄새를 맡고 사람을 보면, '마음도 그만큼 맑아지는' 거라고 타이르고 있다. 목가적인 풍경이, 반복되는 말귀들과 어우러져 익살꾸러기 삼총사의 어린이다운 상상을 한층 돋구며, 때묻지 않은 깨끗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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