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탄실이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4 눈높이 어린이 문고 44
고정욱 지음, 김동성 그림 / 대교출판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장애인의 이야기를 쓰는데 노력을 많이 하는 작가가 쓴, 후천적 시각장애아 예나와 안내견 탄실이의 이야기다. 군데군데에서 가슴을 졸이며 읽다가 마지막의 마라톤 장면에서는 눈앞이 흐려지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도 없었다.

마라톤은 누가 누굴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의 한계에 정면도전하여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지금 이 눈으로 보는 것들이 정녕 진실일까? 마음의 눈을 진정 뜨지 않는다면 눈으로 보고 있다하여도 본다고 할 수 있을까? 막다른 길에서 용기를 잃지않고 새로운 길 아니 또 다른 꿈을 가지는 예나와 온전히 설 수 있게 사랑으로 지켜주는 가족들, 친구, 김동욱 아저씨 그리고 안내견 탄실이. 세상을 실만한 것으로 만드는 이들의 작은 이야기가 조용히 가슴을 흔든다.

탄실이의 정신적 위안이자 지주인 은퇴한 안내견 평강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이 얼마나 치졸하고 이기적인가에 자성하게된다. '모두 자기 생각만을 하므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준다'고 탄실이는 생각한다. 평강 할아버지는 '화목아니 행복, 평화는 남을 먼저 생각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입장이 되는 마음에서 희생과 봉사가 생기는 법'이라고 한다.

불임수술까지 하고 주어지는 사료만 먹고 거추장스러운 하네스를 등에 얹고 시각 장애인의 발걸음에 맞춰서만 살아야하는 안내견의 삶에 대해 평강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안내견으로 살면서 칭찬받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면서 오로지 주인의 입장을 헤아리며 살기 때문이지.'

사람의 입장에서만 희생을 강요하는 안내견의 삶이 불쌍하기도 하다. 우담이라는 안내견이 내뱉는 불평의 소리가 이해된다. 달리기를 잘하면 뭐하냐고? 시각장애인의 걸음으로 걸어야되고 그 사람들은 달리기를 못하는데 라고. 안내견들의 본능과 욕구는 어쩌면 무시하고 사람들 편리할대로 이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탄실이는 보람과 가치를 건져낸다. 수많은 회의와 어려움 속에서.

달리기를 못하는 시각장애인 예나는 5km 마라톤을 해냈다. '포기하는 것은 쉽지만 포기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탄실이는 자신과의 싸움을 경주하고 있는 예나를 힘들게 안내하면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예나도 탄실이도 바로 나약해지려는 자신, 어려움을 피하고 도망가려 하는 자신을 이겨내고 승리한다. 지칠 대로 지친 탄실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안내견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걸'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버리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외롭고도 힘든 안내견의 길을 가는' 세상의 많은 봉사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보는 자들이다. 자신의 울타리만 지키고 사는 나에게 조그만 마음의 변화가 일듯, 커가는 우리 아이들도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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