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마을 몽당깨비 창비아동문고 177
황선미 글, 김성민 그림 / 창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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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의 한 어린이 서점에서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동화작가 황선미와의 만남이라는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온 저는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끌림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탄탄한 구성, 개성있는 성격과 세심한 심리묘사, 박진감이 느껴지는 문체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잔잔하게 고백하듯 흘러나오던 작가의 목소리와 유난히 초롱한 빛을 지니고 있던 불혹의 눈이, 마주하고 있는 듯 생생합니다. 삶의 사소한 부분에서 출발하여 보다 큰 문제를 건드리는 방법으로 글을 쓴다고 말하며, 특히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이것에 대한 미발표 글도 있다고 합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땅을 싹 쓸어버리고 도서관 하나 없는 문화단지(?)를 세우는 모습을 보고, 그 필요성을 무시할 수도 없으므로, 막연한 슬픔을 느꼈다고 하는 말이 공감되었습니다.

<샘마을 몽당깨비>에서는 이런 작가의 심중이 드러납니다. 자연의 생명력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나무를 죽이고 흙을 헤집으며, 생명의 물줄기를 어쩌면 스스로 막아버리는 무차별 개발을 자행하고 있는 현대인의 무모함을 조용히 꾸짖고 있습니다. 도깨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도와주는 도깨비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르치고 싶어합니다. 사람들은 정작 두려워해야할 것들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둘도 없는 존재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진정 도움받고 있는 존재가 사람들인데요. 흙, 나무, 풀, 물, 벌레등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로부터 말이죠.

<샘마을 몽당깨비>에서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놓지 않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닮은 자손을 남김으로써 늘 새로 태어난다' 말할 수 있고, '죽어가던 은행나무가 회복되어 열매를 사람에게 줄 때마다 뿌리 밑에 있는 몽당깨비는 훌륭해질겁니다'. 죄 값을 채워야하는 나머지 칠백 년 동안이나요. '아마 그런 게 거듭난다는 거겠지' 라고 아름이는 생각합니다.

작가는 아름이, 몽당깨비, 미미와 파랑이 모두의 우정과 순수함으로 죽어가는 은행나무와 샘을 살리고, 도심의 한복판에 우리가 잃어버린 바로 그 것을 선물로 줍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무한한 희망과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믿음을 꼭 쥐고 있는, 작가의 당찬 눈빛이 떠오릅니다.

'미래를 믿지 않는다면 생각한다는 게 무슨 소용 있겠니? 염려 마. 아름다운 미래는 있어.'

굳이 쟝르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생활동화가 주를 이루는 요즘의 우리 동화들 속에서 도깨비와 그에 얽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가 환타지적인 느낌을 줍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편으로 우리의 정서에 딱 맞는 도깨비를 내세운 것부터가 흥미를 돋굽니다. 술술술 한달음에 읽어내려가게 마음을 꼬옥 붙들어 맵니다. 다 읽고 나면 그동안 마음 속에 탁 막혀있던 무엇이 쑤욱 내려가는 흐뭇함을 맛보게됩니다. 동화는 소설의 하위범주 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를 끊임없이 주도하고 싶다던, 작가와의 만남에서의 말이 강하게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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