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것과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어린 아이들. 세수하기는 싫어해도 목욕하기는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상상의 나래까지 활짝 펴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세살바기 딸아이는 목욕을 할 때면 인형을 데리고 가 정성껏 비누칠을 하고 머리도 감겨준다. 인형에게 말을 걸고 지나가다 만나게되는 강아지나 그림책 속의 어떤 동물에게도 말 걸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목욕은 즐거워>의 상민이는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목욕을 즐긴다. 물론 상상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동물들은 꽤 사실적이면서 친근한 모습과 말투를 보인다. 커다란 하마의 몸을 비누칠하는 상민이의 발가벗은 모습이 진지하고 재미있다. 샤워 물줄기는 소나기가 되고 모두모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흠뻑 젖는다. 뜨듯한 탕 속에서 1에서 50까지 수를 세는 장면은 느긋하다.어른은 아이들의 거침없는 상상의 시간을 가로막는 존재인가. 엄마가 목욕탕 문을 열자 상민이의 동물친구들은 모두 물 속에 숨어버리고 다시 나오지 않는다. 엄마는 모르는, 상민이만의 비밀놀이가 된 목욕이 아이는 참 좋다. 글이 긴 부분은 적당히 줄여서 이야기하듯 읽어주면 세살 아이에게도 괜찮다. 특히 아이가 좋아하는 장면에서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물개가 오색 비누방울 놀이를 하다 '펑'하고 터뜨리는 장면이라든지... 다양한 의태어를 재미있고 리듬감있게 들려주면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