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내가 처음 가본 그림 박물관 1
재미마주.목수현 기획, 조은수 글, 문승연 꾸밈 / 길벗어린이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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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화분에 앙상하게 자리하고 있는 매화나무가 있다. 눈이 채 녹지도 않고 있는 밖의 풍경이 무색하게도 매화나무는 꽃봉오리를 실컷 모아쥐고 있다. 고 작은 망울을 건드려보니, 단단한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태다.

<내가 처음 가본 그림 박물관> 시리즈의 첫번째인 이 책은, 제목에 나와 있듯, 백지 위의 호랑나비 한마리로 시작하여 계절 따라 꽃과 벌레가 등장한다. 꽃에 얽힌 슬픈 전설도 가까이서 들려주는 입말로 쓰여진 이야기 전체의 흐름과 잘 섞인다.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가 이 박물관의 마지막 볼거리다. 조선시대 화가 전기의 '매화 핀 초가집'은 나무마다 핀 눈꽃을 닮았다. 봄날 호랑나비로 시작한 이야기는 또다시 봄이 멀지 않다는 걸 알리는 매화로 끝을 맺는다.

나비 한 마리, 매미 한 마리에도 의미를 두고,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기는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우리의 그림들에 잘 담겨있다. 돌고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유와 순리를 발견하는 지혜도 엿볼 수 있고. 우리 것에 덜 친한 요즈음의 어른 아이들 모두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면 시나브로 맑은 기운이 스며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꽉 다문 매화 꽃봉오리가 언제 열리나, 오늘도 들여다 보며 서성인다. 때가 되면 터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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