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아저씨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레이먼드 브릭스 그림 / 마루벌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전국적인 폭설로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접해도, 이 곳 부산은 눈이 오리라 생각에 넣지도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꿈이 아니었어요. 13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그것도 전화 한 통을 받고서야 베란다 밖을 내다 보니... 그야말로 은세계...하늘에선 아직도 솜뭉치를 뜯어 날리는 것 같은 하얀 눈이 포근포근 내려 쌓이고 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벌써 나가서 눈사람 만들거라며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채 신발을 신고 있고요. 단단히 끼어 입히고 나가, 눈썰매도 타고 눈뭉치도 만들고 사진도 찍어주고... 볼이 바알갛게 얼어서 집에 들어와 <눈사람 아저씨>를 펴들고 아이들이랑 앉았어요.

<눈사람 아저씨>는 글자없는 그림책이예요. 만화 컷처럼 나눈, 크고 작은 네모 칸의 그림이 장면마다 눈을 뗄 수 없게 하지요. 마치 만화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글이 없으니까 그림에 푹 빠질 수 있는 걸 더 허용하기도 하구요. '글자가 없어서 참 좋다' 다 보고 난 후 8살 아이가 한 말이예요. 눈사람 아저씨의 손을 잡고 주인공 아이가 밤하늘을 나는 장면은 환상적이죠. 3살 작은 아이는 이 장면에서 눈을 못 떼요. 밤새 눈사람 아저씨가 추운데 밖에서 잘 있나 걱정되어 내다 보는 아이의 마음이 곱기도 하지요.

하루종일 눈과 함께 노느라 곤했던지 그날 밤 잠든 아이들은 코까지 골더군요. 그 날, '눈사람 아저씨'를 만들진 못했지만, 꿈에서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또 눈사람 아저씨랑 어떤 신나는 일을 벌이고 있는지 엷은 미소도 띄우고 있었구요. '엄마 눈이 나한테로 막 뛰어와요.' 작은 아이가 낮에 제게 한 말이예요. 시인같은 고 작은 입에 살짝 입맞추고 <눈사람 아저씨>를 머리맡에 가만히 놓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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