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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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펼쳐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와 닿는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작품을 쓰는 작가만의 시선과 굵은 터치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조화가 맛깔스럽다.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것을 생각하고 이 그림책을 작업하였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 그림책이 비디오로 나온다면 당장 사고 싶을 것이다. 외국 비디오에 더 길들여져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토속적이고 친근한 우리만의 캐릭터(강아지 똥, 흙덩이, 참새, 병아리, 흰둥이)가 등장하는 비디오를 보여 주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이 책을 보고나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독서기록을 했다. 자신이 만약 강아지 똥이라면 코스모스를 피우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코스모스는 예쁘고 약해 보이니까 라고. 아이의 느낌이 신선하고 대견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만큼 소중하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면 세상 좀 더 의미있고 귀한 것으로 다가 올 것이다.

강아지똥이 비에 잘게 부서져 흙 속으로 녹아 드는 장면, 그리고 이듬해 봄 어여쁜 민들레 꽃으로 피어나는 장면. 아낌없는 희생으로 피워내는 새 생명과 자연의 섭리. 자신의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눈물겨운 노력. 이런 주제들이 일시에 떠오르며 동시에 우리 민족 특유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이 그림책을 나도 아이도 두고두고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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