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진부한 소재를 이렇게 풀어내었구나 하며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나와 나의 삶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게도 되었다. 내가 전정 소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나의 소망은 어떤 모습으로 나의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까?

한창 커가는 두 아이들의 엄마인 나. 나의 모성애란 잎싹의 그것과 다른가? 잎싹의 모성애는 모든 생명에의 사랑을 우선으로 한다. 내 핏줄만 돌보면 그만인 편협함이란 없다. 종족보존이란 본능과는 별개의, 끊임없는 자기 희생과 인내, 자기 수련으로 당당한 모습의 자식을 키워낸다. 자식의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소망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그것은 살신성인과도 같은 것이며 세상의 모든 생명을 불쌍히 여기는데서 출발하는 생명에의 무한한 애정을 성스럽게 보여준다.

안락한 마당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나의 유산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어려움에 쉽게 무릎 꿇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것을 찾아 나서서 헤쳐나가는 잎싹. 강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의지와 진정한 모성애로 이루어낸 잎싹의 소망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 더없이 고귀한 빛을 발한다.

문장과 구성에서 탄탄한 힘이 느껴진다. 동물을 등장인물로 하면서 마지막 장까지 나를 끌고가는 마력이 대단하다. 그렇게 절실하다. 잎싹이 그 고단한 삶을 선택한 것도 생명을 바치는 것도. 삽화도 너무 힘이 있고 사실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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