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야 이기는 내기 베틀북 철학 동화 7
조지 섀넌 지음, 김재영 옮김, 피터 시스 그림 / 베틀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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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의 철학동화들은 우화를 내거는데 이 책은 세계 곳곳의 민담을 가져와 이야기를 들려주듯 엮어놓았다. 책의 뒷장에는 15편 민담의 출전을 밝혀두었다. 민담은 오랜 세월 구전되어온 옛이야기에 해당된다. 배경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사건의 전개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다소 얼토당토않다고 여겨질 정도로 사건의 전개는 우연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게 민담의 효력이 발생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효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옛이야기(민담)를 읽으라고 말한다.

 민담의 주인공은 약자다. 돈도, 권력도, 신분도 없는 약자들이 현실에서 억눌림을 가하는 강자를 지혜로 이기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들의 지혜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잘 발휘된다. 지혜는 생각의 뿌리에서 나오는데 의외로 간단한 생각에서부터 기발한 생각까지 그들의 생각사다리를 같이 타다보면 흥미로운 해결방법을 찾게 된다. 각 이야기마다 끝에 ‘생각의 사다리’를 두어 지혜를 정리해두고 저명한 사람들이 남긴 격언을 한 줄로 적어 마무리해 두었다. 그사람들의 이름은 아이들에게 생소할 테지만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짓은 다리가 짧다'라는 격언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이야기마다 아이들에게 격언을 만들어 적어보게 하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배경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나라이름 정도는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나라이름이나 화폐단위(예를 들어 루피)도 나온다. 단순히 옛이야기와 지혜와 교훈에만 국한하지 말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문제해결방법을 더 찾아보는 것도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독후방법이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현자의 지혜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지혜를 발휘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역지사지의 교훈이 되기도 한다. 왕이나 부자나 벼슬아치가 여성, 아이, 보통 사람들에게 지혜로 이기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대리만족도 되고 즐거운 경험이 된다. 지식은 지혜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니 무릎을 칠 일이다.

 나처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아직도 터득하지 못한 어른들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들로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늘 부딪히는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철학동화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싶은데 마지막 이야기는 비교적 철학적이다. 헌 배일까, 새 배일까?, 라는 제목인데 세상에는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 중의 최고 문제라면 신의 존재여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는 일이 읽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두께는 얇고 내용은 두껍다. 특히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그린 삽화(연필 스케치 같은)가 매력적이다. 때로는 환상적으로 대개는 섬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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