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라디오




- 전명숙



   이 머리통 또 여기 들어가 있군 잠시만 한눈을 팔면 어느새 전자레인지에
들앉아 있는, 반죽기계 속 빵처럼 부풀었군 마그마처럼 지글지글 끓고 있군.
이건 장말 제가 터져 버리길 기다리는 걸까 이걸 그냥 버려야 되나 어쩌나.
저 혼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타기 직전 집어내어 찬물에 담그면 금방 쭈그러
들어 의기소침해지는, 치켜세웠던 머리카락 안테나들 찌릿찌릿 감전되는,
하는 수 없어 목에 얹고 다니는, 정말 저기 들어가기 싫어!  한 마디 뱉고 행
복한 방송을 찾아 채널을 돌리는. 지지지직 잡음을 통과하고 쿨쩍거리는 울

음소리 뚝!  이제 좀 얌전히 굴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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