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ath the Surface of Things / Agora
저자 Wade Davis
역자 박희원

https://youtu.be/ZyjNgnFOmyU?si=mwNEPOJvshk24aiG

https://youtu.be/agZKV-eMaCM?si=O8UC3HXmwYxx9GAB

https://youtu.be/UgfXHy4pIDM?si=Qr9SN4irFIBbIBBf

인류가 처음으로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걷기 시작했고 차차 1만 곳이 넘는 부족 영토를 일궜다. 저마다 독립된 이 고향 땅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송라인(노래의 길)으로, 무지개뱀이 살던 시절에 노래를 불러 세상을 만들어낸 태곳적 선조들이 따라간 길이다. 오늘날 송라인의 자취를 밟으며 첫 여명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애버리지니는 드림타임(꿈의 시대)에 들어선다. 이는 꿈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도 아니다. 드림타임은 선조들의 영역 그 자체, 일반적인 시공간과 운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평행우주다.

신성에 관하여 319 - P319

송라인을 걷는 것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세계의 창조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라는 장소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아직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애버리지니는 단순히 땅에 부속된 수준을 넘어 땅의 존재에 없어서는 안 될 민족이다. 땅이 없으면 애버리지니는 죽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없으면 땅도 시든다. 의식이 멎고 목소리가 고요해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땅 위의 만물은 송라인으로 뭉쳐져 있고, 마찬가지로 만물은 한결같으면서도 끝없이 변하는 드리밍(꿈의 상태) 아래에 있다. 모든 지형지물은 기원의 기억과 맺어져 있으면서도 언제나 태어나는 중이다. 모든 동물과 물체는 아득한 옛날 일의 맥박과 공명하면서도 여전히 꿈꾸어져 탄생하고 있다. 대지는 현실의 모든 차원에서 지금까지 존재한 만물과 앞으로 존재할 만물로 암호화되어 있다. 세계는 완벽하고 완전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상상되며 새로워지고 있다. 이 대지를 걸으며 송라인을 기리는 것은 끊임없는 긍정 행위에, 끝없는 창조의 춤에 참여하는 것이다. - P320

이번 책의 방향은 좀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또 각종 환상이 벗겨지면서, 캐나다인으로 태어났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저자의 "인류학의 렌즈"는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를 직접 향했다. 앞서 번역 출간된 전작들이 지금 지구에 함께 존재하는 다채로운 문화들을 펼쳐 보였다면 이번에는 오늘날 미국, 나아가 서구권 사회의 덮개를 들춰 역사를 되짚거나 비주류 견해를 검토하는 내용이 더해졌다.
내가 충격 요법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특정인물을 언급할 때가 아니면 대체로 과격한 서술을 경계하는 듯한 저자의 글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슴슴한가 싶어도 듣는 사람의 가슴속에 침전되어 있다가 나중에 떠오르는 어른들 말씀 같기도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거듭 말하는 인류학의 렌즈를 장착해보도록 독자를 이끌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 옮긴이 후기, 중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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