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레이먼드 카버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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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한다. 정말 오랫동안, 허니, 나는 위로할 수 없는 사람이었어. 위로할 수 없었다고, 그녀가 말한다. 그 말을 수첩에 적어. 경험상 그게 영어에서 가장 슬픈 말이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어. 어쨌든 마침내 나는 극복을 했어. 시간은 신사다,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말했지. 아니면 시간은 지쳐버린 늙은 여자일지도 몰라. 뭐 이거 아니면 저거겠지.
그녀가 말한다. 이제 내 인생이 있어. 당신 인생하고는 다른 종류의 인생이지만 우리가 비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이건 내인생이고 그게 나이들어가는 내가 깨달아야 하는 중요한 거야.
어쨌든 너무 상심하지는 마, 그녀가 말한다. 그러니까, 약간 상심하는 건 괜찮다는 거야, 아마도 그런다고 다치지 않아, 그 정도야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거니까. - P142

어디에나 낙엽이 있다. 심지어 배수로에도.
보는 곳 어디에나 낙엽이 쌓여 있다. 걸어가는데 가지에서 잎이 떨어진다. 낙엽 속을 딛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이건 누군가 노력을 해야 한다. 누군가 갈퀴를 들고와 이걸 처리해야 한다. - P146

수면 부족으로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자러 갈 수 있으면, 그래서 정직한 사람의 잠을 잘 수 있다면 뭐라도 대충 다 주겠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야만 할까? 또 왜 우리는 어떤 위기에는 잠을 덜 자고 어떤 위기에는 더 자는 경향이 있을까? 예를 들어 아버지가 뇌졸중에 걸렸을 때. 아버지는 혼수상태 뒤에-병원침대에 이레 밤낮을 누워 있다가 깨어나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안녕하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다가 그의 눈이 나를 잡아냈다. "안녕, 아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오 분 뒤 그는 죽었다. 그냥 그렇게 그는 죽었다. 그러나 그 위기 동안 내내 나는 옷을 한 번도 벗지 않았고 침대에도 가지 않았다. 대기실 의자에서 가끔 괭이잠을 잤지만 한 번도 침대로 가서 자지는않았다. - P155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갈 수밖에 없다. 운명은 없다. 그냥 다음 일이 있을 뿐이고 그것은 뭐든 그냥 우리가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충동을 따르고 실수하는 것,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 P159

그는 도로로 향하면서 경적을 울렸다. 빵, 역사학자들은 "빵"이나 "삐"나 "펑" 같은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특히 대학살 이후의 심각한 상황이나 끔찍한 사건이 온 나라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울 때는. 그게 "빵" 같은 단어가 필요할 때이고 그런 단어는 황동 시대의 황금이다. - P236

필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건 곤혹스럽다. 하지만 물론 필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편지의 결과가 나타난 마당에 그게 어떻게 중요할 수 있겠는가? 편지 자체가 아니라 편지 안에 있는 것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래, 편지는 절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아니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필체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다. "훨씬 많은 것"은 미묘한 것들과 관계가 있다. 가령 아내를 얻는 것은 역사를 얻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 P238

톨스토이는 양모 목도리와 곰가죽 코트를 벗고 체호프의 침대옆 의자에 앉았다. 체호프는 약물치료중이라 장시간 대화는커녕 말을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백작이 자신의 영혼 불멸론에 관하여 담론을 시작하자 체호프는 놀란 눈으로 듣고 있어야 했다. 체호프는 나중에 그 면회에 관해 썼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모두(인간이나 동물 모두) 하나의 원리 (예를들어 이성 또는 사랑) 속에서 계속 살 것이고 그 본질과 목표는 우리에게 수수께끼라고 가정하고 있다………… 나에게 그런 종류의 불멸은 쓸모없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레프 니콜라예비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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