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지나 재독.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비애의 조롱을 견다는" 이라는 구절을 생각해내 인용했고, 토마스 그레이가 쓴 시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 몰래 얼굴을 붉히고, 사막의 마른 공기 속에 향기를 잃고 만다" 를, 톰슨에게서는 "젊은이에게 총을 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기꺼운 일이다" 를 배웠다. 셰익스피어는 그녀에게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작가다. 그 중에서도 "한낱 공기만큼이나 가벼운 자들에게 질투는 성경의 말처럼 확고히 다가간다"와 "우리 발밑에 짓밟힌 불쌍한 개똥벌레, 그가 느끼는 고통도 거인이 죽을 때처럼 지독한 것이다" 를 가장 좋아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항상 "슬픔을 향해 조용히 웃음 짓고 있는 인내(忍耐)" 처럼 보인다는 말도 배웠다. - P9

그렇다, 소설! 필자는 자신들이 창작해낸 바로 그 작품을, 스스로 경멸을 섞어 비난하는 일부 소설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색하고 졸렬한 태도는 결코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혹한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일련의 적들에 합류하고, 자신의 아내가 아예 그 소설들을 읽을 기회도 주지 않음으로,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이라면, 우연히 집어 들었다 하더라도 그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혐오스러운 눈으로 넘겨버리고 말겠지만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소설가가 서로 후원해 주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서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까? 그런 일에는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비평가들이 한가하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대며 말을 꾸며내고, 새 소설이 나오면 신문들이 요즘 불평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해서 지껄인다면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놔두자.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린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 P38

"그래도 가야겠어요. 지금 어디에 있든 가서 만나야 해요. 말하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제 판단으로 잘못된 일을 하도록 설득당하지 않아야 잘못된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거라고요." - P125

좋은 전망은 높은 언덕 꼭대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맑고 푸른 하늘은 화창한 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무지(無知) 때문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수치스러워 할 일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상대에게는 무지라는 면이 항상 존재한다. 모르는 것이 없는 박식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워 줄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이라면 드러내 놓고 아는 체를 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도, 가능한 한 그 사실을 감추어야만 한다.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보이는 자연스런 어리석음은 이미 한 여류 작가의 화려한 문장력으로, 오히려 장점이 된다고 설명된 적이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남성들의 입장을 고려해 조금 덧붙이고 싶다. 남성들 중 대부분이, 그들 대부분이 그다지 진지한 사람은 못 된다 해도 여성들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여성들에게 무지 이상을 기대하는 합리적이고 학식 있는 사람들도 있다. - P137

"몰랜드 양, 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여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좀더 진지하게 말해야 해."
"몰랜드 양, 저보다 여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여자들은 너무 많은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평생을 살면서 능력의 반만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P141

생각은 아직 그런 근거 없는 공포로 인해 느끼고 행동했던 일들에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모든 생각이 자위적이었고 스스로 만들어 낸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너무도 자명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중요한 것으로 지레짐작해 받아들이고 사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두려움이나 공포를 갈망하고 있었던 탓에 모든 일을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캐서린은 어떤 기분으로 노생거에 올 준비를 했는지 기억했다. 바스를 떠나기 오래전부터 그런 상상에 심취해 있었고 위험한 일들을 미리 만들어 놓았었다. 이 모든 것이 바스에서 심취했던 책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 P249

틸니 씨는 캐서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캐서린의 성격과 그녀의 가정을 아끼지만, 틸니 씨의 애정은 고마움의 표시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고백해야만 하겠다. 다시 말하면 캐서린이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두 연인의 사랑에서 흔한 일은 아니고, 사실 여주인공의 위엄에도 상당한 손상이 온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새로운 일이라 할지라도 이 모든 상상은 바로 필자가 한 것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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