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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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카드를 어떻게 섞고 “발췌하고 채취하는지”에 따라 운명의 지도가 달라질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 사주 풀이에 관심이 집중한다면 이 책을 봐서는 모자람이 크게 느껴질 것이고 그렇지 않고 기본 작동원리만 알면 된다는 식이면 충분히 좋다. 자기 욕망을 충족시켜 줄 운명을 찾기 위해 점집을 찾거나 사주를 보는 식이면 그게 바로 미신이라는 저자의 강의 말씀은 뒷장 QR코드로 연결된 영상강의에서 들었다. 개운에 꽂히지 말라. 개운은 막힌 운을 트는 것이지 운을 바꾼다는 게 아니다. 개운의 종류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라. 운신의 방법 두 가지는 비전과 일상.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하늘의 별과 별 사이의 지점을 쳐다보는 존재로서의 나. 그걸 탐구하라. 신영복 선생의 감옥 이야기 등등 호쾌하고 거침없이, 여전하다.
“지혜”를 위해 공부해야 삶이 나아진다는 건 진리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생각해보라. 당신이 명확하게 기억하는것, 자신이 실제로 거기에 있는 듯이 보고 느끼고 나아가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것, 어쨌거나 당신은 당시에 실제로 거기에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에 깜짝 놀랄 일이 있다. 당신은 거기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당신의 몸에 있는 원자는 단 하나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거기에 없었다. (………) 물질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르며 순간적으로 모여서 당신이 된다. 따라서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을 구성하는 재료들은 당신이 아니다. 그것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쭈뼛 일어서게 하지 않는다면, 그럴 때까지 다시 읽어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이한음 옮김, 김영사, 2007, 570쪽) - P142

그래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과 의식의 상태에 있는지를. 가장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훈련은 호흡관찰이다. 호흡을 면밀히 관찰하노라면 온갖 잡념과 망상이 흘러가는데, 그것들을 잘 보기만 해도 무차별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는 이치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집중이란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으로 ‘지금, 여기‘와의 완벽한 일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집중력 자체가 자신의 행위와 말과 생각을 통찰하는 ‘마음의 근육‘에 다름 아니다. - P146

이어지는 또 하나의 전도. 상처라는 담론 속에서 자신은 결코 주체가 아니다. 상처를 입힌 자들만 클로즈업된다. 나는 그저 ‘당했을 뿐이다. 얼떨결에, 난데없이! 그렇다면 이상하다. 왜 이 상처의 서사에선 내가 무엇을 했는지가 전혀 부각되지 않는 걸까? 무섭고 약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왜 그토록 어리석었을까? 혹은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던 것일까? 요컨대 상처라는 담론 안에는 자신에 대한 관찰이 놀랄 만큼 빠져 있다. 그래서 그 과거는 여전히 현재에 개입하고 미래를 창조한다. 니체는 ‘양심의 가책‘ 혹은 원한감정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오래도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바가 있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 P210

아주 간단하다. 자승자박! 자업자득! 즉, 길이든 흉이든 결국은 자신이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도 자신의 내부에 단서나 원인이 없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운명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가 마주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이 원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일정한 조건만 주어지면 동일한 욕망과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는 리듬과 강밀도, 이것이 바로 팔자다. 해서, 팔자를 고치려면 자기 안에 있는 단서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동양사상이 내적 성찰과 통찰의 힘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데, 이렇게 말하면 대개 억울해한다. ‘왜 나만 갖고 그래? 그게 왜 내 탓이야?‘ 혹은 ‘그러니까 세상이 안 바뀌는 거야. 나를 그렇게 만드는 세상이 문제지, 내가 뭔 죄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꼭 맞는 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번 찬찬히 따져 보자. 이런 논리는 상당히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삶에서 나를 소외시키는 방식이 아닌가.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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