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사르트르라니…

* 문자 그대로는 ‘사르트르의 성모‘라는 뜻으로, ‘노트르담 드 샤르트르(샤르트르 대성당)‘를 빗대어 보부아르를 조롱한 말.

1943년 8월에 보부아르의 “초대받은 여자”가 나왔고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같은 해 6월에 비버(보부아르)에게 헌정한다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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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초는 보부아르의 사유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다. 전쟁 전의 보부아르는 스스로 인정했듯이 유아론적이었다. 보부아르는 자신이 이미 1941년에 《초대받은 여자>의 ˝철학적 태도˝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1943~1946년에 쓴 소설과 희곡은 보부아르의 도덕적 · 정치적 참여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제2의 성》이 나올 때까지는 그러한 참여를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1943년에 보부아르는 이미 이렇게 물었다.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 쓸모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가? (240)

《초대받은 여자》에 대한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또 어떤 이들은 비시 정부의 "노동, 가정, 조국" 강령에 용감하게 저항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철학적인 면에서 보부아르의 소설은 타자와 연결되는 두 가지 가능한 방식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식은 타자를 자기와 마찬가지로 풍부하고 상처 입기 쉬운 내적 경험을 지닌 의식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타자를 그렇게 보고 호혜적 관계를 맺기보다는 타자가 내게 유용하거나 방해가 되는 사물처럼 ‘있음‘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접근은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에 쓴 내용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그 후 보부아르의 삶은 사르트르와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예술 분야에서 나타난 열렬한 철학적 생산성보다 전후(戰後)의 명성, 재즈와 파티의 시절로 더 많이 소개되었다. 왜 보부아르가 그토록 오해받았는지, 왜 ‘노트르담 드 사르트르‘로 치부당하면서 좌절감을 느꼈는지, 왜 자신의 페미니즘 저작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배제를 피하려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애썼는지 이해하려면 그녀가 사르트르의 철학에서 어떤 부분을 비판했는지 좀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 P243

하지만 1943년에 사르트르는 지루하고 멍청한 남자보다 더 최악이었다. 그는 극단적인 염세주의 철학자들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인류에게 기대가 거의 없는, 지독히 염세적인 철학자였다. 사르트르는 모든 인간이 타자를 지배하고 싶어 하고, 모든 인간관계는 갈등이며 그 갈등이 너무 심해서 사랑은 불가능하다고(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현 불가능한 이상") 보았다. 보부아르는 결코 "낙오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르트르와 생각이 달랐던 철학자다. 그리고 자기가 살아온 삶이 자신을 겨누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 여성이다. 아직은 그 부메랑이 멀리 있었다. - P244

사르트르는 우리가 사실성으로 인하여 우리 자신을 결정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실존의 조건이 어떻든 간에 우리 자신을 거의 대부분 자유로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보부아르는 이미 1930년대에 사르트르의 주장이 틀렸다고 확신했다. 사르트르는 상황이 어떻든 인간은 다양한 반응 양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보았다. 보부아르는 이렇게 반문한다. "하렘에 갇혀 사는 여성에게 어떤 유의 초월이 가능할까?" 자유로운 것(원칙적으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다르다. 보부아르는 이러한 철학적 비판을 《피로스와 키네아스》와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라는 두 편의 에세이로 남긴다. 하지만 그전에 《초대받은 여자》때문에 사생활에 튄 불똥을 처리해야 했다. - P247

"실존주의는 어떤 윤리학도 암시하지 않습니다. 나는 실존주의에서 윤리학을 끄집어내려고 했지요. 그 윤리학을 《피로스와 키네아스》라는 에세이에서 자세히 썼고, 소설과 희곡으로도, 다시 말해 훨씬 구체적인 동시에 모호한 형식으로도 내가 찾은 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보부아르는 왜 이 중대한 철학적 공헌을 회고록에서 누락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이해하려면 보부아르가 대외적으로는 사뭇 다른 자기가 되기로 선택한 과정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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