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가씨들에게!

그래서 초고가 어땠냐고? 난 웃었징… 밑그림이나 좀 그려 두랬더니 채색까지 적잖이 해놓았으니까, 사람 당황스럽게시리…

작가가 워낙 단순한 기교를 능가하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재능을 가진 덕분이었다. 읽자마자 "거의 다 익은 것 같아!"라고 뇌까린 다음 이 각본에 내가 한 일이라고는 뭐랄까, 스토리에 입체감을 좀 더해준 정도? 그 비슷한 어떤 것.
(중략)
그래도 따지고보면 나란 놈은 정말이지 운도 좋지 뭔가, 팬들이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 <아가씨>에게 와주었잖아. 그래....그랬기 때문에 <아가씨〉가 새롭게 태어나게 된 건 맞다. 모름지기 영화란 관객 하나하나와의 사적인 만남을 통해 무수히 새로 태어나는 법이 아니던가. 나는 참 행복하다, 감독이란 뭐니 뭐니 해도 손님들이 영화에서 좋은 냄새 난다고 그럴 때가 제일로 기쁜 법이니까. 나는 뿌듯하다, <아가씨>는 내 아기씨니까. 그리고 또 나는 든든하다, 이렇게 <아가씨〉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가씨>를 지켜줄 힘까지 가졌으니까.

박찬욱 - P8

그래서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면서 성장담이다.

한 여자아이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얼마나 엄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리고 다른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감탄하게 되는지, 그런 아름다움의 가능성이 나에게도 있는지 거울을 비춰보게 되고, 다른 여자아이를 아기처럼 돌보는 일에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 그렇게 돌봄을 받는 것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얼마나 강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사납게 싸울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쓰고 싶었다.

정서경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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