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조소, 회화, 음악, 시문학의 근간이 되며, 과학 자체가 시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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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주장했듯이, 과학은 걸작을 만들어 낼 때뿐 아니라 미술을 감상할 때도 필요하다. 예컨대, 작품에 담긴 생명의 본질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아이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시에 등장하는 객체와 동선을 훤히 뀀으로써 시골뜨기는 미처볼 수 없는 것을 간파한다면 모를까, 그러지 못한다면 신사가 시골뜨기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관중이 작품을 자각하고 있다면, 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작품의 진실을 하나하나씩 벗겨 낼 때마다 지각한 사람이라면 희열을 느끼겠지 - P65
만, 무지한 사람을 이를 간과하고 말 것이다. 작품의 수효야 어떻든,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암시하는 것이 늘수록, 작품과 연관된 사상을 내비칠수록 사람들에게 크나큰 만족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만족을 누리려면 관중이나 청중 혹은 독자는 예술가가 시사한 현실을 간파해야 한다. 현실을 간파한다는 말은 곧 과학을 꿰뚫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P66
과학에 입문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시중에 나오는 시 중 10분의 1도 알 수 없다. 소싯적 식물과 곤충을 채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작은 길과 울타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재밋거리를 조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화석을 발굴하러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은 암석에 박힌 보화(화석)가 발견되는 지대에서 시상을 떠올릴 리 없고, 해변에 살면서도 현미경과 수족관을 둔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것이다. 사사로운 일에는 정신을 팔면서도 위대한 자연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이 만든 건축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음모론같이, 몰라도 그만인 논란에는 사족을 못 쓴다. 헬라어로 된 시는 악착같이 배우려 하지만, 신의 손가락이 지구의 지층에 새긴 대서사시에는 눈길 하나 주는 법이 없다! - P67
과학교육이 훈육 수단으로서 언어교육을 능가한다는 사실은 판단력 함양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에서 지식 교육을 가르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교수는 가장 흔한 지성의 단점으로 ‘판단력 부족‘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는 판단력 교육에 무지할 뿐아니라, 그것에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과학 문화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패러데이 교수의 결론은 분명하다. 주변 환경, 사건 및 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주변 현상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때만 능하다는 것이다. 어구의 의미를 훤히 꿰고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유추해 낼 수는 없다. 데이터에서 결론을 지속적으로 도출해 내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결론을 검증할 수 있다면 정확한 판단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습관이 판단력의 필요조건이며, 이것을 과학으로 익힌다는 것이 과학교육의 장점 중 하나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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