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ongsuh.co.kr/03_maxwell/scrap.asp?idx=668
동서커피 사외보 기자가 인터뷰하고 가서 실은 내용.
5년 전 기록을 새삼 여기에 기록해 둡니다. 이런 때가 있었네요.
코로나 사태로 도서관 강의와 녹음도 한동안 봉쇄하여
점자도서관 낭독녹음도 뜸한 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내년부터는
아니 빠르면 12월 정도부터 다시 열심히 하기로 스스로 약속합니다.
눈이 좀 안 좋으니 무리되지 않도록 살살 달래가면서.
김훈의 <연필로 쓰기>
절반 정도 녹음하고 중단한 상태인데 어서 마저 해야겠습니다.236쪽 중간 10번 파일 중간쯤에서 멈추었네요.
문학동네 이연실 편집자의 책입니다.
나는 세종로 네거리에서 광화문, 경복궁, 청와대 그리고 북악산, 북한산 쪽을 바라보는 내 고향 서울이 경관을 사랑한다. 이 경관 속에서 인공의 구조물들은 산하의 리듬에 안겨 있어서, 거칠게 돌출하지 않는다. 인간세의 핵심부가 자연의 한가운데 둥지를 틀면서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데, 이 절서는 억압적이지 않다. 거듭되는 난세에도 나는 이 경관을 바라보면서 정의롭고 강성한 공화국의 앞날을 생각한다. 이 경관은 음풍농월하는 유산객의 산수가 아니고, 은밀한 향토의 명승지가 아니다. 이 공간은 지속과 생성의 힘이 분출하는 서울의 정치적 공간이다. 조선 개국의 엘리트들은 이 공간을 왕조를 버티는 존재의 축선으로 삼아서 북악의 산세가 낮아지는 남쪽 사면에 경복궁을 건설했다. 500여 년 후에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신무문 밖 후원을 헐어서 이 축선의 노른자위 부분에 조선총독의 집무실과 관저를 지었다. 역대 조선총독들과 해방 후에 진주한 조선주둔군 사령관 하지 중장, 그리고 이승만 이후의 모든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이 자리에서 집무하고 기거했는데, 여기가 바로 지금의 청와대이다. 역사의 지층은 단순명료하지 않다.
(235-236쪽)